추미애가 쏜 ‘부메랑’… ‘국정원 숨겨진 특활비’만 6천억

문재인정부 특활비 편성 살펴보니
기재부 예비비에 ‘국가안보경비’ 편성
비공식 특활비, 공식예산보다 많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제기한 특수활동비 논란이 영수증 증빙이 필요없는 특활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쪽으로 옮겨붙고 있다. 야당은 전 부처 특활비 사용을 점검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고, 여권은 문재인정부 들어 특활비가 40% 줄었다고 반박했다. 타깃을 검찰 특활비 집행 내역에 맞추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다면 여권의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국민일보 취재 결과 전체 특활비 예산의 경우 국민들이 내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예산’의 규모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특히 특활비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국가정보원 예산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본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예비비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국정원과 관련돼 있다. 국정원 본 예산의 2배 규모다.

문재인정부가 대공수사권 이관 등 국정원 권한 축소작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유독 국정원의 특활비가 늘어나는 것은 이런 개혁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겨진 특활비 등 포함하면 1조5000억원, 본예산 2배

15일 국회 예결특위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정원의 내년도 예산은 7460억원으로 2017년(4931억원)에 비해 50.2% 증가했다. 국정원은 전임 국정원장들이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사건 이후 특활비 명칭을 ‘안보비’로 바꿨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도 영수증 증빙이 필요없는 예산이다.

숨겨진 비공식 예산이 본예산 규모를 뛰어넘기도 한다. 국민일보가 국회 예결특위 결산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9년 기준 국정원 본예산은 5446억원이었지만, 기획재정부 예비비에 ‘국가안전보장 경비’라는 항목으로 6000억원이 총액으로 편성돼 실제 특활비는 1조1446억원이었다. 배(본예산)보다 배꼽(예비비)이 더 큰 셈이다. 6000억원대 예비비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총 1조3000억원이 넘는 특활비 집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여야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할지, 별도의 독립기구로 이관할지 등 국정원 개혁안을 논의 중이다. 국정원의 권한 축소에 방점을 두고 있는 개혁안 논의가 가시화된 시점에서 국회나 감사원 통제도 받지 않는 특활비 예산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와 별도로 각 부처에 ‘정보 예산’을 편성하고 예산집행을 감사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참여연대는 2019년도 예산안을 분석하면서 경찰청과 국방부, 통일부, 해양경찰청 등 4개 기관예산 중 국정원법에 근거해 편성된 정보예산이 최소 19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국민일보가 이를 근거로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니 5개 사업에 편성된 예산이 약 1700억원으로 파악됐다. 다만 국정원은 정보예산의 경우 편성권만 있을뿐 실제 집행권한은 각 부처가 갖고 있어 자신들의 예산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에는 국정원이 예산을 집행할 때 지출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하고, 국정원장이 예산집행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국정원법에 감사원 외부감사 근거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은미 팀장은 “국정원 특활비 예산을 어떻게 투명하게 할 것인가는 국정원 개혁과도 연동된 문제”라며 “기밀 정보비 내역은 공개하지 못하더라도 인건비나 운영비 등은 구분해서 자료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늬만 영수증’ 특정업무경비 되레 1300억원 늘어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영수증 증빙도 필요없고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보니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차명계좌에 빼돌린 혐의로 2009년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홍준표 의원은 2015년 자신이 과거 여당 원내대표를 하던 시절 국회 특활비 일부를 생활비로 썼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원장 3명으로부터 특수공작사업비(특별사업비) 3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가 인정됐다.

정치권은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사건이나 국회 특활비 논란 등 특활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개선 논의가 있었지만 여론 불만을 잠재우는데만 급급해 ‘땜질 처방’을 반복해왔다. 이는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활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특활비 예산은 2017년 4007억원에서 내년 2384억원 편성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제2의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는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같은 기간 7340억원에서 8639억원으로 1300억원으로 18% 늘어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비밀을 요하지 않는 수사·감사·예산·조사활동에 지급하는 돈이다. 원칙적으로 영수증을 첨부하도록 돼 있어 영수증 증빙이 필요없는 특활비에 비해 투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수증 증빙이 되지 않는 돈이 많다. 세부지침에 단서조항을 달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특정업무경비는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 지급이 안 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매달 30만원까지 개인별로 현금성 지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제2의 월급’으로 전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 치안활동비나 국회 입법·특별활동비는 월 30만원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밝혀낸 2016년 국회 특정업무경비 내역을 보면 총액 180억원 중 입법·특별활동비로 지급된 돈은 의원 1명당 매달 400만원씩 총 140억원에 달했다. 시민단체들은 “전체의 99%가 영수증 증빙이 되지 않은 채 사용됐다”며 “특정업무경비와 특수활동비를 포함해 모든 예산항목에 대해 사용자와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김판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219347&code=61111111&sid1=pol&cp=n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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