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찬희 변협회장 “상대방에 정치색 입히는 공수처장 추천위 의미 없다"

정희완·허진무 기자 roses@kyunghyang.com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본사와 인터뷰 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본사와 인터뷰 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55)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을 두고 “정당에서 추천한 위원들을 제외하는 게 옳다”라며 “후보 추천위도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을 더 해봐야 하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회의의 평가와 향후 나아갈 방향 등을 묻는 질문 등에 이 같이 답했다.

후보 추천위는 지난 18일 3차회의까지 진행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하지 못하고 사실상 종료됐다. 추천위원은 이 회장을 비롯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후보 추천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당연직 3명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에서 각각 지명한 2명씩 등 총 7명이다. 이들 중 6명 이상의 찬성을 받은 후보가 도출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후보 추천위는 정치적으로 가장 중립적인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적인 대립의 장처럼 돼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회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진전이 없었고, 더 이상 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수처 관련 법을 개정해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후보를 추천하려는 것을 두고는 “정치에서 시작했으니 정치에서 푸는 게 맞다”면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장 후보는 최운식(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추천), 전현정(추미애 법무부장관 추천), 김진욱·이건리·한명관(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추천). 권동주·전종민(더불어민주당 측 위원 추천), 강찬우·김경수·석동현(국민의힘 측 위원 추천) 변호사 등 10명이다.

-후보 추천위 회의에 대한 평가는.

“회의장이 정치적 대립의 장처럼 돼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에도 참석한 적 있는데, 여기서는 위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하나씩 조합, 정리해 나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매번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어떤 분들은 회의를 3번 만에 그만 두냐고 하는데, 어떤 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하는 등 다른 회의의 몇 배의 시간을 들였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돈 것이다.”

-회의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니까 더 이상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여당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서 빨리 진행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안다. 야당은 공수처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출범에 반대하니까 조금 지연하겠다고 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그런데 조재연 위원장도 회의 중에 말씀했듯이 위원들은 법률가답게 합리적으로 해결해야지 생떼를 쓰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다. 조 위원장은 양쪽 말을 경청하고 하나씩 정리해 나아가려 했다. 야당의 비토권도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합리적이지 않은 지연 전략은 옳지 않다고 본다.”

“야당 추천 위원이 본인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보내 마치 저와 조 위원장이 여당이 요구하는 신속한 처리에 동조하는 것처럼 매도했다. 정말 심하게 불쾌감을 느꼈다. 당적을 가지면 대한변협회장을 할 수 없다.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다. 본인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정치색을 입히는 정치인의 대리인들이 참여하는 후보 추천위는 아무 의미 없다고 저는 판단한다.”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2차 회의 이후인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2차 회의는 신속론과 신중론의 격론이 있었다”라며 “신속론에 앞장 선 측은 여당 측 추천위원들이 아니라 법원행정처장과 변협회장이었다”라고 주장했다.

-후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나.

“어느 정도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마치 불능조건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과 같다. 불능조건은 이룰 수 없는 조건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을 조건으로 당신한테 1000만원을 주겠다’는 계약은 불능조건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계약이라고 한다. 이건 무효이다. 마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불능조건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위원회가 됐다.”

“누가 공수처장 후보로 부적합한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여당이나 법무부, 법원행정처, 변협이 추천한 후보보다 야당이 추천한 후보들이 반드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 후보인지는 극히 의문이다. 야당 추천 위원 본인들도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를 찍지 않았다. 한 명(손기호 전 고양지청장)은 중간에 사퇴하지 않았나. 이렇게 부실한 추천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은 안하고, 다른 위원들이 동의하는 후보조차에게도 전부 반대표를 던지니까 이건 최종 결정이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과연 정치적으로 독립돼서 직무를 수행하는 추천위원으로서의 역할인가 하는 데 의문이 들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최종 후보가 선정되지 않으면 다시 후보를 모으자고 주장했다. 변협은 3월부터 7개월 동안 후보를 물색해 엄선해서 후보를 추천했다. 후보를 공모하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다시 재추천해서 재논의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위원회가 상식과 합리성이 통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본사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에서 본사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3차 회의 표결에서 대한변협 등이 추천한 후보 3명을 비롯해 4명이 4~5표를 받았다.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공수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족관계로 인해 적합한지 의문이다’, ‘수사 경험이 없어서 의문이다’, ‘차관급 공무원이기 때문에 의문이다’, ‘전관예우를 받은 검사장인데 급여가 너무 적어서 탈세 의혹이 있어서 의문이다’ 등이다. 사건 수임과 재산 내역 자료 다 받아서 봤다. 공수처장 후보로 완벽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추천위는 주어진 틀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2명을 추천하는 것뿐이다. 그 사람이 진짜 적임자인지는 국회의 인사청문회 등의 검증을 또 거친다. 그런데 본인(야당 측 추천위원)이 아직 확신이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정을 안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확신이 안들었는데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편향된 후보한테는 표를 주는지 모르겠다.”

“공수처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심사 대상자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분이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으로 운영돼야 된다는 의견을 발표한 사람에게 반대표를 던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본인이 추천한 후보에게까지 전부 반대표를 던졌으면 이해하겠다. 그러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좀 더 판단해야겠다는 말이 설득이 되겠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어떤 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보나.

“대법관 및 검찰총장 추천위원회에는 정치인은 배제돼 있다. 정치가 개입하면 법치에 대한,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한 신뢰가 깨지게 된다. 우리 공동체가 마지막 보루로서 사법부를 뒀다. 공수처장도 역시 준사법기관으로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당연직 추천위원 구성은 이대로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정당 추천위원이 들어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사회단체, 언론, 종교계, 교육계 등에서 누가 봐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분들을 추천을 받아서 그분들이 와서 공수처장 후보를 뽑아야 한다. 공수처장도 독립, 후보 추천위원도 독립, 공수처 운영도 독립, 이렇게 해야지 이 공수처라는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장 후보 인선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인데 어떤 입장인가.

“저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변경하기 전에는 국회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하든, 법을 바꾸든 국회에서 할 문제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인 제가 이에 대해 발언하는 건 오히려 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게 될까봐 답변을 못하겠다. 정치에서 시작했으니 정치에서 푸는 게 맞다. 공을 정치로 보내겠다는 취지이다.”

-향후 정치권이 어떻게 후보 추천 문제를 풀었으면 하나.

“공수처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다. 모든 법률은 위헌이라고 해서 결정되기 전까지는 존중돼야 한다. 공수처에 대해서 여론조사 결과 공수처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지, 지금처럼 상호 비방만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저는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기에 앞서 야당을 끝까지 설득했는지 여부를 검토해보고, 설득했는데도 더 이상 안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설득의 노력을 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공수처를 이렇게 출범 전부터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리고 흔드는 게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공수처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보나.

“대한변협이 공수처장 후보의 자질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사 능력, 정의감이었다. 그중에서 제일 우선하는 것은 공수처의 탄생 배경을 고려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의 보장이다. 대한변협은 안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진보성향)과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보수성향)이라는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이념,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정치적 이념을 가진 단체들이 있다. 대한변협회장은 이들 단체를 다 통할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없다. 그래서 대한변협은 공수처장 후보도 민변이나 한변에 속했거나, 국회의원 출마 등 정치 활동을 했거나, 정치적 발언을 했던 사람은 무조건 후보에서 뺐다. 그만큼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후보를 다시 추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현재 후보를 유지할 것인가.

“우리가 제일 처음에 뽑을 때 가장 그래도 나은 사람을 심사해서 뽑는다. 그 다음에는 아무래도 그 상위권자들이 나가니까 사실은 앞선 분보다 더 낫다고 보장할 수 없다. 기존에 고사했다가 공수처 제도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게 운영된다면 다시 하겠다는 분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저희가 여러분들께 직접 접촉해 후보에 동의하는지에 대해서 여쭸다. 많은 분들이 고사했다. 아마 다른 추천위원들도 인물난 때문에 고생하셨을 것이다. 이렇게 엄선해서 많은 수고를 해서 추천한 이 후보들 말고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하지 말자’는 소리와 똑같다.”

-공수처가 향후 출범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검찰개혁의 커다란 두개 축이 마련된다. 이 외에 검찰개혁에 필요한 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철저한 인사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이다. 독립된 인사, 내부에서도 승복할 수 있고 외부에서 봐도 ‘검찰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인사이다. 그래서 특정한 라인이나 특정한 이해관계가 있는 정파가 아니라 능력과 국가관 등에 따라서 공정한 검찰 인사가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큰 틀에서의 변화도 필요하다. 아무리 집의 뼈대를 잘 지어도 인테리어를 엉성하게 하면 그 집의 가치가 떨어진다. 인테리어 같은 게 인사라고 생각한다.”

“검찰 내부가 승복하고, 밖에서 봤을 때도 조직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구나 하는 모습이 되려면 원칙에 따른 인사를 하면 된다. 내편을 배려하는 인사가 아니라 원칙에 따라 인사를 하면 검찰 조직은 산다고 생각한다. 검찰 인사를 몇 차례 지켜보면서 느꼈다. 인사는 구성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승복할 수 있다, 공정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조직이 활기를 띠더라. ‘이번 인사는 이상해’라는 의견이 많으면 조직 내 갈등이 생기고 침체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법원도 똑같다. 다만 법원의 인사보다 검찰의 인사가 보다 자의성이 많이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고 그런 우려를 많이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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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221421001&code=940301&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csidx817ee04355df3b08cfe75b183a932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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