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이 불어도 굳세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누워야 한다는 걸 배운다.
눕는 이들은 힘이 없는 줄 알았는데....
고수였다는 걸 알아간다.
바람이 흔드는데 누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하수임을 깨닫는다.
http://blog.naver.com/lkhgluck/100010448721
<2>

    松竹問答 소나무와 대나무의 대화

    松問竹 솔이 대에게 말을 걸었다.
    風雪滿山谷 눈보라 몰아쳐 산골 가득해도
    吾能守强項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서
    可折不可曲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竹答松 대가 솔에게 대답했다.
    高高易최折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但守靑春色 나는 청춘의 푸르름 고이 지킬 따름
    低頭任風雪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

    겨울철 눈이 펑펑 쏟아져 산과 들이 모두 하얗게 된 날,
    새벽에 눈을 뜨면, 뒷산에서 툭..툭.. 하는 소리가 들리곤 하였습니다.
    소나무 가지 가운데 약한 놈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는
    소리였습니다.

    소나무는 워낙 강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휘어지지 않고 잘 부러집니다. 반면에 대나무는,
    눈이 내려 부러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눈의 무게로 인해
    끝이 땅에 닿도록 휘어져서 골목쪽으로 내려앉으면
    그 아래가 터널이 됩니다. 어렸을 때에 이 터널속을
    즐겁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소나무와 대나무의 말을 빌려, 처세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 내지는 고민을 잘 드러낸 한시입니다.

    선조때 李植이 지음

    http://blog.naver.com/sajupd/80011458000

    <3>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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