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미래로!]뇌에 전기자극··· 파킨슨병 강박장애에 효과

기사입력 2011-03-30 03:00:00 기사수정 2011-03-30 03:00:00

우울증 치매 만성두통 등 치료 연구도 진행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가 뇌심부자극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집배원 김주원(가명) 씨는 우편물을 제대로 배달했음에도 혹시 잘못 배달했을까봐 몇 번이나 다시 돌아가 확인하곤 했다. 이른바 강박장애 환자였다. 업무에서 시작된 강박증상으로 날이 갈수록 일상생활도 어려워졌다. 이런 김 씨는 뇌심부자극술을 받고 강박장애 증상이 완화됐고 직장도 계속 다닐 수 있게 됐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꾸준히 줌으로써 뇌질환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다. 파킨슨병 근긴장이상증 간질 난치성강박장애 등에 효과가 있다. 우울증, 치매, 만성 두통 등의 치료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전기 자극이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한다. 뇌심부자극 수술은 뇌에 지름 1.4cm 정도의 구멍을 낸 뒤 뇌심부에 지름 0.12cm 정도의 전극선을 삽입힌다. 전극선은 쇄골 부분에 이식한 초소형 자극발생기와 이어져 있다.

몸속에 이식되는 기기는 신경자극기와 전극선, 연장선의 세 종류다. 신경자극기는 배터리와 전기신호를 발생하는 전자장치가 내장돼 있다. 심장 박동기와 유사한 가로 5.5cm 크기의 소형 장치다. 보통 쇄골 아래 흉곽의 피부 밑에 이식한다. 전극선은 뇌심부에 꽂는 전선으로 전극이 4개 있다. 연장선은 신경자극기와 전극선을 연결하는 전선. 머리에서 두피 밑으로 통과해 목 부위로 내려가 흉곽 상부로 이어진다.

수술은 부분마취로 진행한다. 환자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전극선을 뇌에 꽂은 뒤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는지 질문도 하고 동작도 지시하는데 전극선이 적절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뇌는 통증을 느끼지 못해 수술 후에도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한다.

이 뇌심부자극기를 장착한 환자는 소형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거나 자극 조절용 자석을 신경자극기가 이식된 부위에 1, 2초가량 대면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7만5000건 이상, 국내 2500건 이상 수술이 이뤄졌다. 국내에는 메드트로닉 코리아㈜가 뇌심부자극수술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2005년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이 줄었다. 2009년부터 파킨슨병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비용의 10%만 내면 된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시 수술비, 입원비 등을 포함해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400만 원 내외다.

뇌심부자극술의 장점은 외과 수술과 달리 뇌조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 복용을 줄일 수도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시술을 받을 때에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은 뒤 결정해야 한다. 해당 질환자 중에도 약물 반응, 치료 기간 등 조건이 맞아야만 가능하다. 또 뇌심부자극 수술을 받은 환자는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blog_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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