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간투자 규모 10조원 넘어서
특별자치도 출범 6개월
제주 관광개발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
의료·교육, 시장개방 수위놓고 첨예 대립
제주=오재용기자 island1950@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묘산봉 관광지구. 흙과 바위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공사장으로 들어서며 새벽을 깨웠다. 대하 사극 태왕사신기 세트장 옆 진입로에는 남국(南國)의 정취를 느끼기 좋게 10여m 크기 야자수들이 줄지어 심어졌다.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자 중장비들이 굉음을 내며 분주히 땅을 파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공사에 들어간 이 관광지구(사업자 ㈜에니스)는 현재 1단계 사업이 67%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36홀 규모 골프장(세인트포 골프리조트)이 올해 11월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136만평 부지에 스파 호텔, 식물원, 승마장, 생태공원 등을 갖춘 종합휴양단지로 건설된다. 사업비만 1조300억원이 들어간다.

◆두드러진 국내·외 관광투자

특별자치도 출범 후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제주’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500만달러 이상 투자시 법인세를 3년 동안 100%, 2년 동안 50% 감면하고, 재산세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 10년 동안 100%, 외국인 투자지역은 15년 동안 100% 면제하는 등 투자 환경이 바뀌면서 투자자들 관심을 끄는 데 일단 성공한 덕이다. 관광지구나 투자 관련 인·허가 승인 기한이 종전 평균 22개월에서 13개월로 단축된 것도 한몫했다.

관광산업에는 지난 1년간 양질의 자본 투자가 시작됐다. 예정 규모도 12개 사업 2조7369억원에 이른다. ㈜에니스의 묘산봉관광지(1조300억원), ㈜더원의 비치힐리조트(3678억원), ㈜보광의 섭지코지 해양관광단지(3870억원) 등이 착공됐다. 외국인 투자액도 컨벤션 앵커호텔 건립과 폴로 승마리조트 조성 등 5개 사업 3683억원이다.

제주도 양만식 국제자유도시추진국장은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 뒤 이뤄진 민간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했다”며 “1976년 중문단지 개발로 시작된 제주 관광 개발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 ▲제주시 구좌읍 묘산봉관광지구 조성 공사 현장 모습. 멀리 보이는 궁궐은 대하사극 태왕사신기 세트장이다. /이종현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의료와 교육 분야 투자는 부진

특별자치도의 신(新)성장 동력산업이 돼야 하는 교육·의료 분야는 영리법인 허용 등 시장 개방 수위를 놓고 아직 첨예한 대립이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 분야는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매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정부가 해외로 가는 유학생은 물론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하겠다며 밝힌 제주 영어 전용 타운 건설 계획이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획일적 교육 틀에서 벗어나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외국어와 독서·논술·토론 등 교육 과정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학교(초·중·고 과정)는 3월부터 시범 운영된다. 전체 교원의 50%까지 교원자격증이 없는 민간인을 임용할 수 있는 국제고교도 2009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의료 분야도 외국 영리법인 설립만 허용됐다. 이에 따라 일본 M법인이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온천을 인수하고 예방 전문 병원인 클리닉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척추 전문 병원인 우리들병원은 서귀포시 지역에 1808억원을 투자해 의료휴양시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개발센터(JDC)는 건강검진과 재활, 휴양기능을 특화하는 의료휴양단지 조성 계획을 세우고 부지 매입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험난한 ‘규제 자유’

정부는 특별자치도 계획 발표 당시 국방·외교·사법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고도의 자치권’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자 제주도는 교육·의료 분야 영리법인 설립 허용 등 1454건의 규제를 풀어달라고 지난해 11월 정부에 요구했다. 이 가운데 핵심 과제는 ‘빅 3’라 불리는 항공자유화, 면세지역화, 법인세율 인하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며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력 : 2007.01.0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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