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 사면 위험…당장 3월부터 하락 변곡점 올 수 있다"
김이현 / 기사승인 : 2021-02-10 10:25:41
[인터뷰]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10년 전 하우스푸어 기억해야…다주택자 매물 곧 쏟아질 것"
"'수요억제 제대로 안돼…파괴적 공급'으로 패닉바잉 잡아야"
"가계 빚이 최대치인 지금 집사면 위험합니다. 주의해야 할 구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집값 버블'이 곧 붕괴할 것이란 경고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조만간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변곡점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고,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란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젊은 층의 '패닉 바잉' 매수를 우려하면서 "10년 전 하우스푸어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 때문에 빚에 허덕이는 가구를 일컫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당시 하우스푸어가 157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는 '파괴적 공급'을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대책으로 수요 억제가 된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패닉 바잉은 양이 아니라 질과 속도로 잡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린하지 않은 그린벨트를 풀어 2, 3년 내 공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주택 거래량 흐름을 통해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올해 초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감소세가 확연한데, 이 추세가 이어지면서 변곡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집은 위치보다 '언제 사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과열된 시장은 절대 좋은 시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UPI뉴스와 인터뷰하는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문재원 기자]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은 통상 고연령층에서 높았는데, 최근 젊은층에서 높게 나온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전셋값마저 상승하면서 무주택자가 부동산 시장의 주요 수요층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이 주요 수요자니까 시장 전망도 바뀌고 있다. 무주택자들이 갑자기 집을 사고 과열되는 건 집값이 크게 올랐고 이후 변화 가능성이 높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영끌, 패닉바잉 계속되고 있다. 가만 있다가 나만 기회를 놓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0년대 하우스 푸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집값이 비쌀 때 무리한 대출을 해서 집을 매수한 많은 사람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어려움을 겪었다. 빚을 일으켜서 무리하게 샀는데, 집값이 하락하면 빚은 안 줄고 본인 자산만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에 금리까지 상승하게 되면 더욱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매물이 늘어나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서울 집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다주택자는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다. 세금을 당장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팔 이유가 없는 거다. 그리고 집이 부족하다. 무주택자가 집을 산다고 하니 집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더욱 매물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중순까지 서울 아파트가 실거래된 경우를 전수조사해보니, 상승한 아파트 비율이 42%고, 하락한 아파트가 35%였다. 여기저기서 집값이 올랐다고 하니 모든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하락하는 아파트도 분명히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 수익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니 투자하는 사람들도 감소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집을 살 때 2채 이상 사야 하는데, 지금 취득세가 8%다. 또 올해부턴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이 증가한다. 양도세, 보유세 다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들의 실익이 감소한다. 그간 임대사업자를 등록하면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올해만 임대사업자들이 가진 46만여 채가 말소 예정이다. 말소되면 임대사업자들은 세금이 증가한다. 그럼 팔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공급이 증가하고 변곡점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특단의 공급대책'을 발표했는데 시장 반응은 기대와는 다르다
"수요 억제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보유세, 양도세 강화는 2020년 8월에 법이 통과되고 이제야 시행된다. 수요 억제를 제대로 한번 해본 적 있는지도 의문이다. 공급 확대는 최근 패닝 바잉을 잠재울 수 있는 방향으로 집중해야 한다. 기다리면 좋은 집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신호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발표된 정책이 좀 아쉽다. 패닝 바잉은 양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질과 속도로 잡아야 한다. 당장 2, 3년 안에 좋은 위치에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무엇보다 유휴 토지에 집을 지어야 한다. 빨리, 좋은 지역에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 시내에도 빈 땅 많다. 특히 그린하지 않은 그린벨트를 풀고, 국가 보유 용지를 활용해야 한다. 속도와 위치 차원에서 유휴 토지 활용은 의미가 크다. 지금은 집을 몇 채 짓는 게 중요하지 않다. 파괴적 공급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지금 계획처럼 200만 가구가 지어지면 그 집에는 다 누가 사나. 오늘만 사는 건 아니지 않나."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데 전세 대책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전셋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래서 전세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임대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일종의 갭투자를 방지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거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만큼 임대인도 부담을 지울 방안이 필요하다. 신탁이라든지 보험을 들게 해서 전셋값을 올리면 임대인도 부담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전혀 그런 구조가 아니다."
—시장에선 양도세를 줄이고,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양도세를 완화하면 매물이 증가할 수 있지만 공정성의 문제가 생긴다. 단기 문제보다 장기 시장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양도세 중과는 올해 6월 시행된다. 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걸 미리 판단해서 세금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하나. 또 민간 재건축, 재개발 완화는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불안 요인 하나는 서울시장 선거다. 후보자들이 무리하게 재건축, 재개발의 규제를 풀겠다는 정책들이 나오면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지켜가고 투기, 투자 수요를 더욱 억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집값 거품이 빠지는 시기의 징조는 무엇이라고 추측할 수 있나
"거래량 감소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890건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4000건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극심하던 4월 3033건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거래량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시장은 변화를 시작하는 거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지금처럼 과열된 시장은 절대 좋은 시점이 아니다. 다주택자가 팔고 있는 아파트는 사는 사람이 없어야 더 떨어지는데, 오히려 비싼 가격에 받아주고 있어 안타깝다. 집은 위치보다 '언제 사느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장 상황과 자신의 부담 여력을 살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안 오르는데, 작은 주식이 많이 올랐다고 시장이 좋다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 전셋값은 오르고, 집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라고 하니 어떻게 두려움이 안 생기겠나. 하지만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시장은 그만큼 위험이 크다.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으로 이뤄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당장 3월부터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변곡점이 올 수도 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세계로 우주로 > 통일한국 제주 국제자유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배근의 굿모닝경제] 기본소득은 미래를 여는 정치인의 시대과제 (0) | 2021.02.20 |
---|---|
정세균·김경수 기본소득 협공…이재명 "정책 경쟁 뿌듯" (0) | 2021.02.20 |
집값폭락 이미 예견된 일이다 (0) | 2021.02.19 |
송영무 평양작전 3년만에 살아나나···'홍길동 부대'가 뜬다 (0) | 2021.02.14 |
2월 설날이후 거품붕괴, 급매물홍수 집값 난리난다 (0) | 2021.02.12 |
[최배근TV live opening] 외환위기 방지책이자 민생안정 해법인 '한은 국채 직접인수' (0) | 2021.02.11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분양원가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 전면 시행 땐 집값 잡을 수 있다” (0) | 2021.02.10 |
제주도에 쌓인 의문의 상자들... 섬이 위험하다 (0) | 2021.02.09 |
재건축초과부담금도 실거주 의무도 면제…공공정비사업 물꼬 틀까 (0) | 2021.02.05 |
'최저시급 8590원, 십원도 안쓰고 30년 모아도...' 가곡이 된 '아파트' (0) | 2021.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