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조직 걸고 도박하다 선조땅 잃은 간 큰 총장"

이원영  / 기사승인 : 2020-12-10 12:15:34
  • -
  • +
  • 인쇄
추미애 장관 읽은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화제
저자 이연주 "검찰 조직은 허가받은 범죄단체"
"인간의 마음을 느끼는 능력 퇴화해 생긴 괴물"
"검찰에 정의,공익은 없다. 전리품 위해 움직일 뿐"
추미애 법무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란 듯 꺼내 읽고 있다가 언론에 포착된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가 화제다.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자신이 경험하고 파악한 검찰 조직의 어두운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책으로, 이달 초 출간되자 마자 주목을 끌었다.

책 표지만 읽어도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짐작이 간다.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통제받지 않아 타락하고 부패한 검찰, 공수처가 출범해야 하는 이유다' '불공정 인사, 성추행, 스폰청탁, 언론유착, 사건 조작, 죄의 무게를 다는 그들의 저울은 고장 났다' 등 신랄하다.

대표 문장으로 표지에 인용한 구절은 이렇다. "검찰이란 곳은 바깥의 신선한 햇볕과 바람이 스며들지 못한다. 지독한 자기중심성에 빠져 오래전부터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폐기됐다."

책을 읽다보면 '세상에 이런 사악한 집단이 있나' 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저자는 "검찰에 근무할 동안 검찰이라는 조직의 불합리와 폐쇄성,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 후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미애 장관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읽고 있다. [뉴시스]

이 변호사는 "조직을 떠났지만 스폰서 검사 파문, 잇단 검사비리,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상부 폭행에 못견뎌 자살한 김홍영 검사, 서지현 검사 미투 등을 거치며 가슴에 불덩이가 솟구쳐서" SNS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공동체의 정치적·사회적 각성이 검찰 내로는 침투하지 않는다는 사실, 검찰과 시민을 경계 짓는 성벽은 여전히 높고 두꺼우며 그들의 의식과 행태는 결코 공동체와 조응하지 않은 채 관성의 경로를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검찰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검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주제들이 실제 사례와 함께 생생하게 드러난다. 제식구 감싸기, 전관유착, 언론플레이, 폐쇄적 상명하복 체제, 선택적 수사, 범죄 조작, 표적 수사, 권력중독, 인사보복 등 정의의 사도처럼 포장된, 검찰이라는 완장 아래서 펼쳐지는 추악한 면모가 드러난다.

조국 동생의 디스크 수술 일정까지 봐주지 않은 수사에 대해 "너무한 거 아니냐"는 친구의 말에 "(검찰에게) 이건 사냥이니까. 언론은 몰이꾼 역할이고"라는 말을 저자가 들려줬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검찰에게 정의나 공익은 없다. 오직 자신들의 전리품을 위해 움직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안이 안 되는 것도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수사를 벌일 때 "사건 잘 말았냐"는 말도 한단다. 안 되는 사건을 억지로 엮었으니 김밥 옆구리 터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획표적수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검사 시절 다른 검사에게 들은 얘기도 전한다. "그 검사 재주 좋지. 한 피의자 범죄를 한 다섯 가지 인지하면 딜을 해. 두 건만 입건, 기소할 테니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검사들이 내놓고 피의자와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어떤 검사들은 자기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특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게다가 동료들은 묵인, 방조한다. 검찰 조직이란 허가받은 범죄단체다. 개미는 곰팡이의 숙주가 된 동료 개미를 갖다버리는데 검찰은 개미보다 덜 진화된 단체인가. 도덕 불감증은 전염력이 뛰어나다. 그 전 단계가 방임이고 방조다."

▲ 이연주 변호사가 쓴 책 표지

스폰서 문화에 대한 검찰의 도덕불감증도 짚었다. "알고 지내는 아주 양심적인 검사가 당당하게 얘기했다. 1퍼센트 정도는 압력이나 청탁이 오면 봐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그건 99퍼센트 사건에 대해서도 압력이나 청탁이 있으면 다 말아먹을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러라고 공무원 신분보장하고 월급 주는 게 아닐 텐데, 라고 말하니 입을 닫았다."

특정인을 찍어 죽이려는 기획수사의 어두운 단면도 보여준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수부는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맞는 조각을 맞춰가는 수사다. 안 맞는 조각이 나타나도 밑그림을 버리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게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소위 '먼지떨이 수사', '기우제 수사'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검사들의 특권의식에 대해 "검사들은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첫째 자기부정과 비판을 못 참는다. 둘째, 타인의 관점은 관심도 없고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검사의 뇌를 이해하는 법'이란 제목의 글에서 썼다.

검찰이 내부 개혁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검찰의 조직문화는 검찰 스스로 바꿀 수 없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오랜 세월을 영위해왔던 그들의 조직문화는 잘못된 지시일지라도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구축되어, 내부 비판을 하는 자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순종하고 침묵하는 검사를 양산했다"고 말한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것에만 온몸의 감각이 집중된 탓에 인간의 마음을 느끼는 능력이 퇴화하여 괴물이 되어버린 검사들은 조직을 사랑한다는 핑계를 대며 인간을 향해 오만한 칼날을 찍어 누른다."

저자는 '전관변호사는 어떻게 검찰의 비선실세가 되는가' 주제에서 적나라한 사례를 소개한다.
2011년 의정부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발생한 실화다. 유령회사를 설립해 거액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판매한 탈세 사건이다. 당시 판사가 "피고인 세명 중 죄질이 무거운 주범 1인은 불구속 상태고, 죄질이 훨씬 가벼운 나머지 피고인은 구속시켰는데 이유가 뭡니까"라고 묻자 검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담당검사는 셋을 모두 구속하려 했지만 차장검사가 검사장 출신인 전관 변호사에게 구속할 사람을 고르게 했고, 변호사는 당연히 수임료가 나올 주범을 불구속시켰다는 것이다. 

"전관 변호사는 검찰의 안과 밖,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의 구분을 지워버리고, 검찰의 비선이 된다. 그렇다면 윤석열 총장은 뭘까? 조직을 걸고 도박하다가 검찰 선조가 대대로 지켜온 땅을 잃은 간 큰 검찰총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윤 총장 때문에 검찰개혁의 명분이 더해지고 결국 그들의 밥그릇이 깨지게 생겼다는 의미다.

"윤 총장은 검찰 안팎에서 알아주는 조직론자다. 이건 조직을 자기와 동일시한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검찰의 권한을 축소한다는 건 윤 총장에게 손발이 잘리는 고통일 것이다. 순순히 자기 '나와바리(영역)'를 내준다면 검찰 가문의 선조와 후배들을 볼 낯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그 나와바리는 바로 검사들에게 재산 축적의 원천이다. 변호사 개업을 목전에 둔 검찰 간부들은 (공수처나 검경수사권 분리 등) 검찰 개혁에 결사 항전할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에 나선 조국, 추미애 장관에 그렇게 저항하고 전관 변호사들이 들고 일어나 검찰을 두둔하는 이유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