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던 '흙수저' 이재명 정치스토리

성남 공단 노동자 이재명, 변호사에서 정치인까지…대법 파기 환송, 2022 대선 다크호스 급부상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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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재명은 사연이 많은 인물이다.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 우대받는 공간인 정치권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인생 드라마를 간직한 인물이다. 1964년생으로 만 55세인 그는 또래의 보통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이후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중학교 진학 대신에 경기도 성남의 상대원공단 노동자로 일을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꿈과 희망을 키워갈 10대 시절 돈을 버는 게 그의 일이었다.


어린 나이에 ‘거친’ 일터에서 생활하는 것은 쉬운 삶이 아니었다. 공장 선배들의 욕설을 일상처럼 경험했다.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게 그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정치인 이재명의 ‘싸움닭 기질’은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야 했던, 거친 일터에서 살아야 했던 과거의 경험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인 이재명의 삶의 바뀐 것은 공부에 대한 재능을 알게 된 이후였다.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 장학생으로 입학했던 그는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자들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상고심 판결 결과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자들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상고심 판결 결과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주로 지역(성남)에서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살았던 정치인 이재명은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성남 시장에 도전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현실 정치의 벽은 두터웠다.


그는 23.75%의 득표율을 올리는데 그치면서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2008년 제18대 총선 때는 보수층의 텃밭이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에 도전했지만 넉넉한 표 차이로 낙선했다.


‘흙수저 정치인’ 이재명은 2010년 6월2일 열렸던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회를 잡았다. 당시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됐고 여러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의 쓴맛을 보았다.


정치인 이재명이 도전했던 성남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인 이재명은 새정치민주연합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해 55.05%의 득표율로 완승을 거뒀다. 경쟁자인 새누리당 신영수 후보는 44.04% 득표율에 머물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 판단이 16일 내려진다. 이날 서초구 대법원 앞에 이재명 지사 지지자의 손팻말이 놓여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 판단이 16일 내려진다. 이날 서초구 대법원 앞에 이재명 지사 지지자의 손팻말이 놓여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재명 당시 후보는 성남 수정구 56.36%, 중원구 56.66%, 분당구 53.80% 등 모든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는 MB심판론 바람을 타고 여러 정치인들이 승전보를 올렸다. 정치 지도자의 꿈을 키운 인물도 여러 명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치인 이재명 만큼 위상이 수직 상승한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의 정치 인생도 순탄치는 않았다. 배우 김부선씨를 둘러싼 논란, 형님·형수와의 논란 등 각종 사건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논란이 될 때마다 하나하나 정면 돌파하며 길을 개척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이어가며 업무 역량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일로써 자신의 정치적인 몸집을 키운 대표적인 인물이다. 조직과 지역, 특정 정파의 지원을 토대로 ‘황태자’ 자리에 올랐던 다른 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7월16일은 정치인 이재명의 운명이 극과 극으로 바뀌는 갈림길이었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할 경우 경기지사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는 2022년 대선의 지형도를 바꿔놓을만한 결과이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세론을 토대로 힘을 키우고 있지만 정치인 이재명이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이낙연 의원은 대법 판결 이후 “이재명 지사님과 경기도민들께 축하드린다.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그동안 이 지사님은 여러 부담과 고통을 감당하시며 경기도민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오셨다.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이자 선의의 경쟁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정치인 이낙연의 독주 흐름도 고비를 맞았다. 여당 입장에서는 밋밋하게 전개됐던 내부 경선 구도가 바뀌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

여권 내부에서 서로 다른 '맛'의 정치 지도자가 차기 대선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은 경선 흥행의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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