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택배기업은 지금] 드론·로봇 앞세워 첨단화 박차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택배 분류 로봇으로 인력 70% 절감...무인 배송 상용화도 서둘러

▎광군제를 앞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물류센터에 택배가 쌓여있다.
지난해 중국의 택배물량은 313억5000만건을 기록했다. 현재 세계 택배물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중국은 이미 2014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실어나르는 나라가 됐다. 중국 내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어나며 택배회사 역시 급성장했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인당 2.7건에 불과했던 택배이용 건수가 지난해 22.6건으로 8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의 택배 건수는 최근 5년 간 연평균 53.5%씩 급성장했다. 올해 중국의 택배시장 규모는 5165억 위안(약 89조8000억원)으로, 하루 평균 1억1600만건의 택배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택배산업에서 눈여겨볼 점은 과거 단순 노동력에 의지한 배송 방식에서 벗어나 드론(무인항공기)·로봇, 빅데이터를 이용한 클라우드 창고 등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택배산업이 노동집약산업이 아닌 최첨단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요 택배기업들은 과감한 설비투자는 물론 첨단기술 활용에 적극 나섰다. 나아가 ‘크라우드 소싱’ 등 새로운 배송 방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택배기사가 아닌 일반인을 택배 배송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선 별도의 택배기사가 아닌 근처 지역으로 배달이 가능한 일반인이 나서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택배 분류 로봇이 물건을 처리해 70%에 이르는 인력을 절감하기도 한다. 중국 택배 업체 ‘선퉁’의 스마트 창고에서는 택배 분류 로봇 350여대가 하루 60만건의 택배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 업체 ‘순펑’은 2013년부터 드론 배송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가 올해 2월까지 드론 분야에서 취득한 특허만 111개에 이른다. 또 다른 업체인 ‘징둥’은 쓰촨성과 산시성에 각각 185개, 100개의 드론 공항을 건설했다. 쓰촨성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 내 모든 도시에 24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또 시안 우주기지에 앞으로 5년 간 205억 위안을 투자해 글로벌 물류본부와 무인시스템산업센터, 클라우드 운영센터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리커창 총리 “택배업은 신경제의 대표주자”


택배 업체가 직접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택배회사가 온라인 쇼핑을 활성화시켜 전자상거래는 물론 택배업에까지 동반 상승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택배업을 두고 “신경제의 대표주자로 소비를 견인할 뿐 아니라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힐 만큼 택배산업이 배송 서비스를 넘어 중국의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심윤섭 차장은 “중국의 택배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택배업이 발전하며 중국 전역에서 물류처리 효율성이 높아지고 소비패턴까지 변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전체 택배 가운데 해외 서비스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해외로 나간 택배는 전체 물량의 2%에 불과했지만 수입 물량은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교통운수부는 ‘종합운수서비스 제13차 5개년계획(이하 13.5계획)’을 발표했다. ‘13.5 계획’의 핵심은 적극적인 국제물류사업 발전 지원과 관련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 건설이다. 동시에 전 세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택배우편 네트워크 구축을 장려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택배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을 대표하는 15개 택배회사는 글로벌 스마트 물류 기반 업체 ‘차이냐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차이냐오는 대주주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푸싱그룹·인타이그룹과 30여 개 택배 업체가 투자해 창립됐다. 이번 협약의 목적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전자전표 등 다방면에서 협력하는 것이다. 나아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택배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전자상거래와 택배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택배물량은 전체의 70%에 달한다는 것이 중국 측의 분석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열린 글로벌 스마트물류 포럼에서 “중국의 택배 물동량은 앞으로 10년 간 5배 늘어 1000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며 10년 내 ‘1일 10억 택배’ 시대를 예고했다. 마윈 회장은 또 “중국의 물류사업이 국제표준이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장과 동시에 선전거래소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던 거대 기업 순펑홀딩스의 순펑택배(SF Express)는 미국 물류전문업체 UPS와 홍콩에 국제물류서비스·무역을 전담하는 합작회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도 50%씩 가져가게 된다. 이 합작회사는 중국과 미국 간 물류서비스를 시작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중국 택배시장 점유율 2위 기업 중퉁택배(ZTO)는 일찍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세계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회사는 서비스 물량의 80% 정도를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역시 ‘드론 배송’ 등 첨단배송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우편이 창업지원회사 ‘사무라이인큐베이터’와 손잡고 우편 및 물류신상업 창출에 나선다. 이벤처기업은 드론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류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그 배경은 중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의 택배 물동량은 1995년 13억2800만 건에서 지난해 38억7000만 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쇼핑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이와 달리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급격히 줄어 1995년 8720만 명에서 2015년 7720만 명으로 감소했다. 20년 만에 1000만 명의 인력이 사라진 것이다. 늘어난 화물을 처리할 인력이 부족하자 일본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첨단 배송 방식이다.

인력 부족한 일본, 드론과 무인차량으로 해결 추진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일본 재흥 전략 2017’을 발표했다. 하늘에는 드론을, 도로에는 운전자 한 사람이 무인차량을 끌고 가는 방식(대열 주행)으로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은 내년부터 낙도와 산간 지역을 시작으로 드론 배송에 나선다. 이어 2020년대에는 도시에서도 드론이 화물을 배송할 계획이다. 일본 내에서는 대형 드론이 1t 중량의 물건을 나르고 10여 km를 이동하는 실험에 성공했으며 신축 아파트에 드론이 착지할 장소를 설치하고 있다. 또 2020년경에는 선두 차량에 탄 운전자가 뒤따르는 차를 무선통신으로 연결해 제어하며 달리는 대열 주행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일본 국책연구소는 지난 2013년 10t 트럭 4대가 4m 간격을 유지하며 시속 80km로 1시간을 달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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