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는 시대는 끝났다… '구독 경제'가 뜬다


입력 2018.09.14 10:06

'구독 경제 '용어 만든 '주오라'의 티엔 줘 창업자
"행복을 맞춤 배달해 드립니다"

지난 4월 미 뉴욕증시에 데뷔한 기업용 결제 시스템·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주오라(Zuora). 상장 반년 만에 주가가 두 배로 뛰었고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지 10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곳이다. 주오라가 이처럼 주목을 받은 건'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대를 주도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구독 경제는 온라인 상거래 발달과 소비자들 취향 다변화로 등장한 구매 행태다. 원하는 '서비스'에 정기적으로 사용료를 지불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나 음악 감상 서비스 스포티파이 등이 구독 경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다. 주오라는 이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맞춤형 요금 결제·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예컨대 일정한 요금을 내면 다양한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주오라 시스템을 도입해 주문 내역을 관리하고 정해진 주기로 고객에게 요금을 청구할 수 있다. 요금 결제 시스템의 경우, 과거엔 기업들이 몇 가지 요금제를 제안하고 소비자들이 단순히 선택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이 한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조합이 다양해지고 이에 맞춰 결제 시스템도 한층 복잡해지는 추세다. 에너지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이나 영국 언론 매체 가디언, 프레젠테이션 제작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프레지(Prezi)나 고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젠데스크, 건강관리 앱 마인드바디 등 신생 IT 기업들까지 주오라 제품을 사용한다.

쑥쑥 성장하는 구독 경제

대만계 미국인 티엔 줘(Tzuo·49) 주오라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하루는 (당시 몸담았던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스포스닷컴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 (맞춤형 화상회의 시스템 업체) 시스코웹엑스(당시 웹엑스) 직원 몇 명과 온라인 정기 결제 시스템의 불편한 점을 지적하다가, 문제점과 개선안을 토론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소프트웨어 업체나 언론사 외에도 정기 구독 방식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란 판단하에 창업을 준비했죠."

그는 "고객 요구에 집중해 그에 알맞은 제품을 제공하려면 직원들부터 팀이나 부서를 초월해야 한다"며 "부서와 담당 업무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하고 협업하는 근무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창업 초기에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줘 창업자는 "소비자들이 가치를 평가하는 시각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소유(ownership) 대신 접근(access), 물건이 아닌 경험, 제품보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기업의 80% 이상이 일회성 판매가 아닌,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정기 구독 방식으로 전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영화·車·사무실 등 전방위 확산

―'소유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

"물건에 대한 소유권보다 사용권(usership), 즉 '제품을 사용하는 권리'를 갖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를 맞았다는 뜻이다.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고 싶은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그 제품을 '사용할 권리'를 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자동차를 사는 대신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는 CD나 DVD가 아닌 동영상 스트리밍(온라인 실시간 감상) 서비스에 돈을 낼 거다. 공유형 사무실을 관리하고 빌려주는 서비스 회사는 공용 전화기나 이메일,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대여해줄 수 있다. 인터넷 발달과 세계화로 누구나 전 세계 다양한 시설과 기구에 손쉽게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기업들은 사업 모델을 수정해야만 한다."

주오라의 고객사 로고.
주오라의 고객사 로고.
그는 또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특히 성장 전망이 밝다"며 "전 세계 곳곳이 긴밀하게 연결되면 될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물건보다 서비스를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해당 물건을 사용하는 경험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교통, 교육, 주거, 의류, 식품 등 다양한 생활필수품과 관련된 서비스도 모두 정기 구독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구독 서비스를 하려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필요한 업무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많은 구독 서비스 업체가 이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오라클이나 SAP 같은 기업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실체가 있는 제품을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능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여러 서비스를 묶어서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는 대기업들에도 아주 생소한 분야다."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설정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우리 고객사인 프레지는 프레젠테이션 제작용 소프트웨어를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한다. 3명 이상이 팀 단위로 프레지를 이용할 때는 공유 링크 개수, 오프라인 사용 여부, 팀 관리자 기능 부여, 1명이 이용료를 일괄 결제하는 기능 등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소비자마다 맞춤식으로 요금을 산정하고 결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 주오라의 결제 시스템은 주문 처리는 기본이고 회계, 매출 분석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매출과 소비자의 구매 행태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미래 보는 경영자의 상상력이 중요


―구독 경제에 대처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굳이 꼽자면 상상력과 호기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라면 자신의 사업 전반을 완전히 재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단순 고객을 정기적인 구독자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창의적 사고가 필수다. 또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품질이 좋은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과거에는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비스 품질을 제대로 유지하고 고객을 잘 관리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고객과) 관계에 집중하려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 특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제공하는 물건이 아니라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는 능력에 따라 명운이 갈릴 수밖에 없다."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티엔 줘 주오라 창업자가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온라인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소비 행태를 통칭하기 위해 고안한 단어다. 일정한 요금을 내고 정기적으로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듯, 제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콘텐츠·소프트웨어 같은 무형 상품은 물론이고 의류·화장품·식료품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구독 경제가 나타났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화장품 정기 배송 업체 버치박스, 식료품 배송 업체 블루에이프런 등이 대표이다. 경영학계에서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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