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가 20년 전 냅킨에 그렸던 경영철학 엿보기│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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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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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 아마존은 오늘날 전자상거래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설립 원년인 1995년 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매출은 2016년 기준 150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시가총액은 유통업계의 공룡인 월마트의 2배에 가까운 544조 원 규모를 상회한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이 회사. 이제는 ‘아마존이 팔 수 없는 건 세상에 없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거래한다. 

전 세계의 돈을 주무르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싸게 많이 파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는 설립자인 제프리 베조스(Jefferey Bezos)가 사업계획을 구상하면서 종이 냅킨 위에 그렸다고 알려진 ‘플라이 휠(Flywheel)’ 모델에도 잘 나타나 있다.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는 일관된 방향으로 가해진 힘이 누적돼 합쳐진 힘과 관성에 의해 회전운동에너지를 저장하는 효과를 말한다.

(왼쪽)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와 (오른쪽)아마존의 플라이휠(Flywheel) 모델 /출처 각각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 DBR

아마존의 플라이휠 모델은 2중 선순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2중’인 이유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모두 고객으로 삼는 아마존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1) 비용 구조를 낮춰 저렴하게 팔아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면 향상된 고객 경험이 트래픽을 높여 더욱 많은 판매자의 유입을 유도하고, 2)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은 물론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논리다. ‘고객 가치(고객 경험)를 최우선으로 삼고 성장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아마존의 정체성이 이 한 장의 그림을 통해 설명된다. 

아마존은 얻는 이익 중 대부분을 새로운 영역에 투자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아마존의 바퀴(wheel)는 1995년 설립 이래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20년도 더 된 이 바퀴가 앞으로도 잘 굴러갈 것만 같은 이유는 다음에 소개할 ‘아마존의 4가지 투자 아이템’에서 찾을 수 있다. 플라이휠 모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마존이 투자 중인 4가지 사업분야를 살펴보자. 

1. 아마존 로보틱스(Amazon Robotics)
키바시스템스(KIVA Systems)는 공장에서 사용가능한 무인자동화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인데 이 회사를 아마존이 인수했다 /출처 KivaDirector 유튜브 캡처

2012년 3월 아마존은 무인자동화 로봇생산업체인 키바시스템스를 한화 약 85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이 소식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물류자동화 로봇이라는 분야의 생소함에 더해 아마존이 단순히 기존 물류창고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회사를 통째로 인수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존은 2015년 키바시스템스를 아마존로보틱스(Amazon Robotics)로 변경했다.

출처 키바시스템스 페이스북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의 2016년 분석 자료에 의하면, 아마존은 초기에 약 13곳의 물류센터에 키바를 도입했다. 그리고 도입 후 2년 만에 물류센터 운영 비용을 20%가량 절감했는데 이를 물류센터 단위로 추정해보면 각 센터당 약 2200만 달러(약 242억 원)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배송 준비를 위한 시간도 단축됐고 창고 공간의 효율화를 통해 공간 활용률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를 2017년 1월 기준 보유한 214곳의 센터로 확장하게 되면 산술적으로 약 4조 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 내 인력 및 로봇 규모

2014년 말에 아마존이 발표한 창고에서 활용 중인 키바 로봇은 1만5000대였다. 이후 2015년 3만 대, 2016년 말 약 4만5000대로 증대된 바 있다. 향후 이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는 2020년이면 200만 대 이상의 로봇이 배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 아마존 대시(Amazon Dash)

아마존은 2015년 3월에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된 대시(Dash) 버튼을 출시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별도로 로그인할 필요 없이 대시 버튼만 누르면 특정 제품의 주문부터 결제, 배송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가 일괄적,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보통 4.99달러(5400원)에 판매되는 대시 버튼은 주로 세탁 세제, 휴지, 키친 타월, 건전지, 음료, 기저귀 등의 생활용품 주문에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 대시 소개 영상 /아마존 공식 유튜브채널

텐텐데이터(1010DATA)의 2016년 분석 자료에 의하면 대시 버튼을 통해 판매된 전체 제품의 약 45%를 P&G 및 킴벌리클락(Kimberly Clark) 제품이 차지하고 있고, 특히 제품 특성상 주기적인 보충이 이뤄지는 품목에서 활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시 버튼은 특정 브랜드, 특정 품목을 지정해 자동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브랜드 업체의 경우 일단 대시 버튼을 소비자의 가정에 설치할 수 있다면 경쟁 제품으로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고객을 록인(lock-in)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집에 물품이 부족하면 아마존 대시로 바코드를 읽거나 음성으로 주문을 할 수 있다 /출처 아마존 유튜브영상 캡처

하지만 대시 버튼은 단순히 제품 판매를 공고히 한다는 측면 외에 소비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인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사슬관리)에서 소비자의 수요예측에 필요한 데이터는 제품이 매장 혹은 인터넷을 통해 주문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엄밀한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이 시점은 소비자의 실제 소비 패턴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상품을 주문하면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를 통해 다음날 가정으로 배달된다 /출처 아마존 유튜브영상 캡처

가령 세제가 떨어졌는데 즉각적인 구매 주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실제 소비 패턴의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시 버튼은 이러한 측면에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실제 수요 패턴과 동기화해 보다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3. 아마존 에코(Amazon Echo)

세계적인 첨단기술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과시하는 소비자가전쇼(CES) 2017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기술은 전시 부스조차 차리지 않았던 아마존의 알렉사(Alexa)였다.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비서인 에코(Echo)는 2017년 1분기 미국에서만 1100만 대 이상이 판매됐고, 아마존의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API인 알렉사 스킬 킷(Alexa Skill Kit)도 올 4월 기준 1만2000개 이상 개발됐다.

아마존 에코2 /출처 아마존 공식홈페이지

국내 기업인 삼성과 LG의 경우 스마트홈 구축에 알렉사를 채용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 역시 음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자율주행차량에 알렉사를 탑재했다.

아마존 에코의 급격한 성장은 음성인식 기술의 정확도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벤처 캐피털 회사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의 분석에 의하면 구글의 음성인식 정확도가 2016년을 기점으로 95%를 넘어섰다고 한다. 95%는 인간의 평균적인 음성인식 정확도이기도 하다.

아마존 에코의 음성인식 기능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다음 소비를 추천하는 수준까지 확장될 수 있다

스테티스타(Statista)의 2017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마존 알렉사의 정확도는 87%를 기록하고 있는데, 구글의 음성인식 시스템인 어시스턴트(Assistant)의 정확도인 90.6%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81.9%를 기록한 애플의 시리(Siri)보다는 높은 정확도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아마존 에코를 주로 알람 설정, 음악 감상, 정보 취득(예: 날씨)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점점 쇼핑을 위한 쓰임새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마존 에코는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비정형화된 소비자의 요구사항이나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아마존 대시 버튼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마존은 이렇듯 음성인식 기술을 단순히 소비자에 대한 정보 취득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목적으로까지 그 쓰임새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4. 아마존 고(Amazon GO)
아마존고는 ‘노라인, 노체크아웃(No line, No checkout)’이라는 새로운 쇼핑 개념을 제시했다 /출처 아마존 공식홈페이지 아마존고 소개영상 캡처

아마존은 2016년 12월에 처음으로 계산대에서의 결제 과정을 생략한 채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집어 들고 매장을 그냥 걸어 나가면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을 선보였다. 아마존 고(Amazon GO)를 소개하는 동영상에 따르면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센서 퓨전(Sensor Fusion), 딥러닝(Deep Learning) 등의 기술이 사용된다고 한다.

계산대를 필요 없게 하는 기술의 핵심은 신뢰도 점수(Confidence Score)를 통한 제품 판별이다. 소비자가 매대에서 선택한 제품을 자동으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선택한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아마존은 확률통계적 개념인 신뢰도를 이용한다. 신뢰도 점수 계산을 위해 아마존은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중심으로(Computer Vision) 다양한 종류의 센서를 통해 소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고(Sensor Fusion),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Deep Learning)으로 분석해 판별한다.

출처 아마존고 홈페이지

여기서 카메라가 수집한 이미지는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로 활용된다. 소비자의 동선을 따라 카메라는 그들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제품을 집어 드는 순간, 제품을 촬영하고 이미지를 분석해 1차적으로 제품을 판별한다. 하지만 이미지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100% 확실하게 그 제품을 판별할 수 없기에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데이터를 다양한 센서로부터 수집한다.

또한 매장 진입 시 사용자에 의해 입력된 개인 식별 정보에 기반해 과거의 구매 이력 데이터도 활용한다. 이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학습해 신뢰도 점수를 계산해 내는 것이다. 다양한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여러 형태의 데이터는 고객의 성향과 구매패턴 및 의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여러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이를 연기했으나 2018년 1월 22일 일반인들 대상으로 아마존고를 오픈했다.

▼‘아마존 고(Amazon Go)’의 현재 상황을 알고 싶다면 다음 콘텐츠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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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 부원장 및 아태물류학부장 역임
- 한국SCM학회 이사직

인터비즈 박성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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