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 ‘소피아’, 인간과 공존을 꿈꾸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고민은 SF영화에서 현실로 끌어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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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gle 번역번역에서 제공

“AI 로봇의 발전이 인류에 도움을 줄까?” (박영선 의원)

“그렇다. 사람들에 대해 사려 깊게 생각하고 상호작용하면서 협업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을 도울 것이다.” (AI 로봇 소피아)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한국을 찾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피아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에 관해 이야기했다. ‘알파고 쇼크’ 이후 AI는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동시에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인간과 AI의 대립 구도가 주된 이슈로 소비됐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미래 사회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로봇 소피아 초청 컨퍼런스’에서는 AI가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가 주된 논의로 다뤄졌다. 또 로봇에게 전자적 인격체의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 기본법’도 화두에 올랐다.

 

공존을 위한 기술

소피아는 1월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능정보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AI 로봇 소피아 초청 컨퍼런스: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행사에 참석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핸슨 로보틱스가 제작한 소피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로봇 최초로 시민권을 부여받아 화제가 됐다. 또 같은 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패널로 등장해 발언했다. 지난 2016년 3월 제조사인 핸슨 로보틱스의 시연행사에서 ‘인간을 파괴할 거다’라는 실수 발언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핸슨 핸슨 로보틱스 CEO, AI 로봇 소피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날 행사에서 데이비드 핸슨 핸슨 로보틱스 CEO는 “AI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는 인간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AI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핸슨 로보틱스는 AI가 사람들과 친숙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소피아에게 사람들의 표정을 본 떠 입혔다. 소피아는 얼굴로 60여 개의 감정을 표현하며 대화할 수 있다. 사람 피부와 유사한 질감의 플러버(frubber) 소재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눈을 깜빡이고 눈썹을 찌푸리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또 눈에는 3D 센서가 부착돼 사람을 인식하고 눈을 맞추고 고개를 움직이기도 한다. 소피아의 몸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보팀과 협업해 만들어졌다. 머리는 가발을 씌우지 않아 회로가 드러나 있는데 개발사 측은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기 위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핸슨 CEO는 “처음엔 엔터테인먼트 로봇 그리고 서비스 로봇을 거쳐 최종적으로 슈퍼 인텔리전트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AI가 생물학적 인지 체계를 갖도록 하나의 생물체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지만, 온몸과 뇌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걸 따라 하려면 아직 많은 길을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로봇 윤리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핸슨 CEO는 “로봇과 인간이 상호작용하기보단 로봇을 통제하면서 하인처럼 부리고 인간을 위한 서비스에 종속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비윤리적이고 위험하다”라며 “AI를 하나의 인격체로 만듦으로써 AI 로봇도 사람과 마찬가지 심성과 인격체를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데이비드 핸슨 CEO

행사를 주최한 박영선 의원은 지난해 7월19일 로봇에게 전자적 인격체의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로봇을 특정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적 인격체로 규정하고 로봇에 의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책임 등을 부여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2월 유럽의회는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담긴 ‘로봇시민법’을 통과시켰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SF 영화에서 현실로 끌어당겨 진 셈이다.

 

아직 어색하지만 논리적인 대화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AI 로봇 소피아와 박영선 의원의 대담이었다. 소피아는 10여 분 동안 진행된 대화 도중 청중을 향해 눈을 맞추기도 하며 고개와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아직은 행동이 어색하며 이질적인 느낌이 강했다. 대화 도중 갑자기 오작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마디로 ‘로봇’ 같았다. 그러나 대화 내용은 제법 논리적인 편이었다. 화제 현장에서 어린아이와 노인 중 한 명만 구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 관해 묻자, 소피아는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묻는 것처럼 어려운 문제이며 윤리적으로 결정하고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돼 있진 않지 않다”라며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구할 것 같고 그게 논리적이다”라고 답했다.

위트도 갖췄다. 소피아는 미국 NBC 방송의 인기 토크쇼 ‘투나잇쇼’에서 사회자한테 가위바위보를 이긴 후 “앞으로 인간을 지배할 생각인데 이게 그 시작이 될 거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이 이 상황을 언급하며 해당 발언이 농담인지 재차 묻자 “미국 방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앞으로는 농담도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SF 속 AI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에 대해 얘기하자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가 대표적인데 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로봇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SF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나타낸 거고 난 현실에 존재하며 미래에서 온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소피아가 입은 한복은 박술녀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AI 발전이 인류에 도움을 주는지 묻는 말에 “사람들을 사려 깊게 생각하고 상호작용하며 도울 것이다”라고 답하며,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산업혁명 시기의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언급하며 “본인의 잠재력을 더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소피아는 이날 대화를 위해 주요 주제에 대해 2주간 사전 학습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핸슨 로보틱스 측은 일상 대화는 즉석에서 할 수 있지만 깊이 있는 토론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담은 영어로 진행됐으며 문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행사를 주최한 지능정보산업협회 측은 사전에 질문지가 제공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전 학습을 거친 만큼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도 잘 대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묻는 질문에 “리더십이 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라고 말했으며, ‘촛불 혁명’을 언급하자 “수많은 한국인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 축하한다”라고 답했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 소피아는 이날 ‘로봇의 기본 권리’를 주제로 10분 동안 연설할 계획이었지만 핸슨 CEO와 해당 주제에 대해 가볍게 대화하는 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 지능정보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형식이 변경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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