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맞이하여 대길하기를

입춘일에 보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은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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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 정유철 기자 |입력 2015년 02월 04일 (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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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은 말 그대로 봄의 시작이자 봄을 맞이하는 날이다. 입춘은 보통 양력으로 2월 4일경으로 음력으로는 정월에 해당한다. 올해 입춘은 양력으로 정확히 2월4일(수)이다. 그런데 올해 윤달이 들어 음력으로는 12월16일이 입춘에 해당한다.

 입춘에는 봄의 희망을 담아 한 해 동안 길한 운과 경사스러움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여러 세시풍속이 전한다.  특히  가정에서는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첩(立春帖)을 붙인다. 입춘첩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다르지만 한지 두 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  글귀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 입춘첩. <글씨=중허 홍동의, 서예가>.
조선시대에 입춘을 맞아  다양한 풍속을 즐겼다. 조선  정조·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을  통해 입춘 풍속을 살펴보자.

 

먼저 봄을 축하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오니 얼마나 기쁠까, 그것을 글로 표현했다. 대궐 안에서는 춘첩자(春帖子)를 붙인다. 경사대부(卿士大夫)와  민간나 상점에서는 모두 춘련(春聯)을 붙이고 송축한다. 이를 춘축(春祝)이라 한다. 춘련은 입춘(立春)에 문이나 기둥 따위에 써 붙이는 주련(柱聯)을 말한다. 춘축은 입춘에 집안 곳곳에 글을 붙여 행복을 축원하는 일로 당시에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사였다.

관상감(觀象監)에서는 붉은 물로 벽사문을 써서 대궐 안으로 올린다. 그러면 대궐 안에서는 것을 문설주에 붙인다. 이는 고려시대에도 있었던 풍습으로 서긍의 『선화봉사 고려도경』에 춘첩자 내용이 들어 있다.

자취 아직도 삼운폐에 있는데 / 雪痕尙在三雲陛
햇살이 비로소 오봉루에 오르네 / 日脚初升五鳳樓
제후들 잔 올려 축수하니 / 百辟稱觴千萬壽
곤룡포 자락에 서광이 어렸도다 / 袞龍衣上瑞光浮

 조선시대에는 이 춘첩자을 매우 중시하여 성종 때는 문신들이 춘첩자와 단오 첩자를 짓는 데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니, 상벌 격식을 만들게 하다. 그 뒤 승정원에서 첩자가 수석을 차지하면 상을 주고, 격식에 맞지 않는 자는 벌을 과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 1593년 입춘에는 춘첩자를 미처 마련하지 못하여 '입춘 대길(立春大吉)'이라는 네 글자만을 써서 행궁(行宮)의 내외에 붙이기도 했다.

당시 많이 쓴 춘첩(春帖)으로 "문신호령(門神戶靈) 가금불상(呵噤不祥),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 우순풍조(雨順風調) 시화연풍(時和年豊)"을 대구(對句)로 썼다. '문신호령 가금불상'은 각 문에는 지키는 신이 있어 상서롭지 못한 것을 꾸짖어 물리친다는 뜻이다. 국태민안 가급인족은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고 가정에서는 만족스럽게 한다. 우순풍조 시화연풍은 비가 순조롭고 바람이 고르며 시절이 화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의미다.

 여염집의 기둥이나 문설주에는 두루 대련(對聯)을 많이 썼다.

수여산 부여해 (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여라
거천재 래백복 (去千災 來百福) 온갖 재앙은 가고 모든 복은 오라
입춘대길 건양다경 (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요지일월 순지건곤(堯之日月 舜之乾坤) 요 임금이 다스리는 세월 순 임금이 다스리는 시대가 되기를
애군희도태(愛君希道泰) 우국원연풍(憂國願年豐) 임금을 사랑하고 도가 통하기를 바라고 나라를 근심하며 풍년들기를 바란다.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父母千年需 子孫萬代榮)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천하태평춘(天下泰平春) 사방무일사(四方無一事) 천하가 태평한 봄이 되고 사방이 잘못된 일 하나 없기를
국유풍운경(國有風運慶) 가무계옥수(家無桂玉愁) 나라에는 크게 번성하는 경사가 있고 가정에는 커다란 근심이 없어라.
재종춘설소(災從春雪消) 복축하운하운흥(福逐夏雲興)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라.
북당훤초록(北堂萱草綠) 남극수성명(南極壽星明)어머니는
근력이 푸른 풀처럼 좋고 아버지는 오래오래 사시라.
천상삼양근(天上三陽近) 인간오복래(人間五福來)하늘에는 삼양에 가까워지고, 인간에게는 오복이 오라
계명신세덕(鷄明新歲德) 견폐구년재(犬吠舊年災) 닭울음 소리에 새해의 덕이 들어오고,  개 짖는 소리에 묵은해의  재앙이 나간다.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봉명남산월(鳳鳴南山月)) 인유북악풍(麟遊北岳風) 봉황은 남산 달 아래서 울고 기린은 북악산 바람을 따라 노닌다.
문영춘하추동복(門迎春夏秋冬福) 호납동서남북재(戶納東西南北財)문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복을 맞이하고 집으로는 동서남북의 재물이 들어오라
육오배현남산수(六鰲拜獻南山壽) 구룡재수사해진(九龍載輸四海珍)여섯 자라가 절하며 남산의 장수를 주인에게 바치며, 아홉 용이 사해의 보배를 집으로 실어온다.
천증세월인증수(天增歲月人增壽) 춘만건곤복만가(春滿乾坤福滿家) 하늘이 세월을 더하니 사람은 목숨을 늘리도다 봄이 천지에 가득하니 복이 집안에 가득하다.

입춘에는 보리로 그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조선 순조 19년(1819) 김매순(金邁淳)이 펴낸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농가에서는 입춘날에 보리 뿌리를 캐어 그 해의 풍흉을 점친다. 그 보리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두 가닥이면 평년이고,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라고 하였다.

올해 소원하는 바를  입춘첩으로 써서 붙이면 어떨까.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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