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우리 곁에 살아 있어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 장석준·강수돌 삼촌이 들려주는 사회와 경제 이야기

제1160호
등록 : 2017-05-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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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

사회 장석준_ 삼촌은 진보정당에서 정책을 만들고 교육을 하는 정당 활동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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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승리했어.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한 박근혜가 ‘파면’됐어. 몇 달 동안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마침내 이긴 거야. 촛불집회는 정말 평화로웠어. 매주 토요일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평화집회가 열렸지. 동무들도 함께할 수 있었고 장애인과 노인, 유모차에 탄 아기까지 참여할 수 있었어. 그래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한번에 100만 명 넘는 시민이 모였던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여러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삼촌은 한국 현대사를 떠올렸단다. 가장 가까이는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들의 큰 투쟁이 있어. 당시 수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와서 “독재정권 물러가라!”고 외쳤지. 그때는 지금처럼 평화롭게 시위를 할 수 없었어. 거리에 사람들이 조금만 모여도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곤봉을 휘둘렀거든. 하지만 시민들은 굴하지 않았어. 독재정권도 시민들이 무서워서 한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어. 시민의 외침에 독재정권이 무릎을 꿇어서 지금의 헌법이 만들어졌어. 그때 만들어진 약속이 헌법에 담겨 있는 거야.


많은 사람이 그 일을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에 담긴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그래서 다들 촛불을 들고 나왔지. 경찰도 예전처럼 힘으로 억누를 수 없었어. 약속을 안 지켰다는 걸 경찰도 빤히 아니까 말이야. 이게 촛불집회가 평화롭게 이뤄진 이유 중 하나였어. 30년 전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열심히 싸운 덕분에 이번에는 좀더 쉽게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거지.

그럼 1987년에는 어떻게 최루탄과 곤봉에도 굴하지 않고 싸울 수 있었을까? 이 생각을 하면, 6월항쟁으로부터 7년 전에 일어났던 광주민주항쟁을 떠올리게 돼. 민주주의를 짓밟는 반란군에 맞서 광주 시민들이 정말 목숨을 걸고 싸웠어. 돌아가신 분도 많았지. 시민들은 광주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서 싸웠어. 1980년 광주 시민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에 1987년 6월의 승리가 있었다는 이야기야. 광주 시민들이 목숨 걸고 싸웠던 건 이미 20년 전에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야.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을 몰아낸 4·19혁명 말이야. 4·19혁명이 있을 수 있었던 건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이 있었기 때문이고, 3·1운동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동학농민혁명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러고 보면 역사가 우리 곁에 ‘살아 있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선조들의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쉬고 있어. 그 덕분에 우리는 앞서간 이들보다 쉽게, 몇 발자국 더 나아간 곳에서 민주주의를 새로 시작할 수 있지. 이렇게 역사 속에서 사랑과 정의를 위해 펼친 노력은 어떤 것도 헛되지 않아. 6월항쟁도, 광주항쟁도, 4·19혁명도, 독립운동도, 동학농민혁명도 다 헛되지 않았어. 앞선 싸움 덕분에 촛불은 멋지게 승리할 수 있었어. 그리고 모든 역사는 촛불과 함께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처럼 다시 새롭게 빛나게 됐어.

여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없을까?

경제 강수돌_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면서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삼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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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선 미국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라는 영화로 유럽 아이들 얘기를 해볼까 해. 영화에는 프랑스 공립 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이 나와. 학교 조리실이 자세히 소개되는데, 요리사들이 일하는 모습이 마치 4성급 호텔처럼 보일 정도야. 코카콜라나 감자튀김 같은 패스트푸드 중심의 식사가 나오는 미국 학교에 비해 프랑스의 학교 급식은 고급 음식처럼 보여. 미국 학교에서 자주 나오는 프렌치프라이도 막상 프랑스에선 찾아볼 수 없어. 대신 양이 적고 소박하더라도 다양한 메뉴의 요리가 제공되지. 그래서 여러 식재료와 맛있는 요리를 먹어보고 고급 음식도 맛볼 수 있어.

더 중요한 건 점심시간이 그저 한 끼 때우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배움의 시간이라는 거야.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함께 식사할 때의 예절을 배울 수 있거든. 서로 배려하며 나누고, 상대방에게 소스를 건네주는 식으로 대접하는 법을 배우는 거지. 그리고 이것들은 무상교육 시스템 속에 잘 통합돼 있어. 미국이나 한국처럼 급식비가 없어 자존감이 상하는 경험을 할 필요가 없단다.

다음으로 무어 감독은 핀란드에 갔어. 핀란드에서는 학교가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곳’이라고 해. 학교가 그렇다니 정말 놀라워. 핀란드 교사들은 한결같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해. 핀란드에서는 숙제 부담이 거의 없어. 가장 오래 하는 숙제가 겨우 20분 정도 걸려. 대신 아이들은 운동하고 나무를 기어오르거나 악기를 배운대. 그저 현재의 삶을 즐기는 거야.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 한국 아이들이 보면 핀란드는 완전 천국이야. 삼촌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수학 문제를 끝내주게 잘 푸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던 한 수학 교사의 말이 가장 감동적이었어. 학교와 학원, 두 개의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지. 이건 일부 학생과 학교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 거야.

유럽의 복지사회를 유지하는 비용 중 대부분은 사람들이 낸 세금인데 그 비중이 상당히 높아. 유럽 사회는 자기가 버는 정도에 비례해 세금을 내게 돼 있거든. 대신 주거·보육·교육·의료·노후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공성 차원에서 해결해. 이 모든 게 공공재인 거야. 반대로 미국이나 한국은 직접 내는 세금이 유럽에 비해 적어. 그렇지만 주거비·교육비·의료비 등 뭉칫돈이 들기 때문에 늘 돈에 쪼들린단다. 미국이나 한국은 세금을 적게 내고 개인이 돈을 많이 쓰는 반면, 유럽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개인의 돈은 적게 쓰지. 전체적으로 보면 유럽 사람들의 삶이 더 여유롭고 평등한 거 같아.

한국 사람들은 세금을 안 내려 하면서 유럽을 부러워해. 왜 한국 사람들은 세금을 내려 하지 않을까? 한국 사회는 정경유착(정치와 경제가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과 부정부패가 심각하기 때문이야. 세금을 관리할 때는 시스템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되는지, 세금을 걷고 쓰는 과정을 사회복지와 삶의 질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거든. 선진국형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서라도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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