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장세진 교수의 '전략 & 인사이트'] 中서 성공한 다국적 기업들은 3가지가 있었다

  •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 크게
    • 작게

    입력 : 2013.11.16 03:06

    속도보다 정확성
    中 기업이 10개 만들어
    3개만 성공하기 바랄때
    단 한발로 적중시킨다

    변화 대응보다 변화 주도
    중저가 트렌드 되자
    존슨앤드존슨, 재빨리
    저가 생리대 출시

    정부 정책 미리 파악
    GE, 소송 준비보다
    정책결정 이해 위해
    많은 변호사 고용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게릴라'란 용어는 나폴레옹이 점령했던 스페인에서 소규모 비정규군(guerrilleros)이 기습으로 프랑스군을 괴롭혀 결국 격퇴한 것에서 유래했다. 게릴라는 적과 정면 대결을 하기보다 치고 빠지는 식의 변칙적 전술을 구사한다. 게릴라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프랑스군은 마드리드에서 봉기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고야의 명화 '1808년 5월 3일'의 배경이다.

    게릴라를 미화하는 전쟁 영화가 많은 탓인지 우리는 게릴라에 대해 은근한 동정심을 갖고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 그런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만일 우리가 정규군의 입장이고, 적이 게릴라 전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는 가상의 질문이 아니라 중국에서 일어나는 실제의 문제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통신의 화웨이, 자동차의 질리, 소비재의 롱리치 같이 뛰어난 기업가들이 경영하는 신흥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기업들의 두 가지 중요한 경쟁 우위는 의사 결정 속도와 유연성이다. 시장을 잘 이해하고, 방대한 유통망을 갖고 있으며, 시장 변화와 기회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오기 무섭게 모방 제품을 내는 등 다국적기업의 허를 찌르는 게릴라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통신, 컴퓨터, 소비재, 맥주, 철강, 중전기 산업을 영위하는 성공적인 다국적기업 30여개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인터뷰했고, 이들이 신흥 기업들의 위협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를 연구해 왔다. 필자가 인터뷰한 다국적기업 중 일부는 경영의 현지화를 통해 자신도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이런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일부 중국 기업은 허접스러운 제품을 판 뒤 회사 문을 닫거나 다른 사업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도 걱정하지 않는다. 때로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덤핑을 하기도 하며,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며 사업을 한다. 이러한 중국 기업을 따라 하는 전략은 마치 치고 빠지는 게릴라를 쫓아 이리저리 허둥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은 속도와 유연성이 아닌 다른 경쟁 우위로 현지 기업에 대응할 때, 더 효과적이었다. 왜냐하면 다국적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중국 기업보다 더 현지화될 수는 없고, 따라서 더 빠르고 더 유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에서 성공한 다국적기업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일러스트
    첫째, 중국에서 성공한 다국적기업들은 속도보다 정확성을 추구했다. 현지 기업들은 속도를 위해 시장조사나 안전 관리와 같은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성공적인 다국적기업들은 면밀한 사업 프로세스를 통해 리스크를 감소시켰다. 한 다국적 가전기업 경영자는 "중국 기업들이 마치 산탄총을 쏘듯이 열 가지 제품 중 세 개만 성공하기를 바랄 때, 다국적기업들은 단 한 발을 쏘아 적중시키듯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성공적인 다국적기업은 변화에 빨리 대응하기보다 스스로 변화를 주도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저가 생리대를 남보다 먼저 출시해 이 시장을 주도했다. 물론 이런 저가 제품은 자신의 고가 제품 시장을 잠식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한 경영자는 "중저가 제품 출시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시장 트렌드가 있으면 오히려 그런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낫다. 나중에 떠밀려서 따라 하면 이미 늦는다"고 말한다.

    셋째, 정책 결정에서 '내부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중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시장 환경 변화가 많고, 이를 잘 파악하는 중국 현지 기업들이 우위에 서게 된다.

    그러나 다국적기업도 중국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대응한다면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정부의 공장 신축 허가를 받은 뒤 보통 2~3년이 걸리는 공장 건설을 단 6개월 만에 해냈다. 중국 시장 개방 이전부터 미리 정책 당국과 긴밀하게 협조하며 준비하였기 때문이었다. GE는 중국에서 변호사를 많이 고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소송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과 법적 절차를 이해해 미리 준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게릴라 전법을 구사할 때에는 다른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 속도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하고, 대응보다는 변화를 주도하며, 정부 정책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국에서의 성공 요인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