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세월호 승객에 탈출 방송?... 왜 이러십니까
[取중眞담] 언론, '해경 선내방송 실패'에도 구조 도움 안된 내용 강조[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 "세월호 유리 파편입니다" 해경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을 담은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급)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이 영상에는 승무원들이 제복을 벗고 123정에 허겁지겁 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123정 정장인 김경일 경위는 이날 오전 11시 서망항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당시 선내 진입을 위해 노력했고 조타실 유리를 망치와 손도끼로 깨 7명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 |
ⓒ 소중한 |
해경은 28일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110t급)의 한 직원이 찍은 건데요. 영상에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누구보다 먼저 배를 떠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해경은 이 영상을 공개하며 오전 11시 진도 서망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123정장인 김경일 경위를 포함해 4명의 경찰이 123정 앞에 서서 기자들의 물음에 답했습니다(관련기사 : 해경, '선장 속옷 탈출' 영상 공개... "선원·승객 구분 못해").
기자회견 중 김 경위는 "사고 현장에 도착해 퇴선 명령 (대공)방송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퇴선 명령 대공방송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기자들이 당시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한 방송을 재연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아래 영상은 그 '재연 방송'을 123정으로부터 약 5m 떨어져 찍은 것입니다.
▲ '침몰 중 세월호' 첫 접근 경비정, '퇴선 명령 방송' 재연 해경이 28일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100t급)에서 찍은 영상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당시 했던 '퇴선 명령 대공방송'을 재연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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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위한 언론인가, 해경 위한 언론인가
"승객 여러분, 전원 퇴선하십시오. 지금 바다로 뛰어 내려 전원 퇴선하십시오."
위 영상은 전혀 편집을 하지 않은 겁니다. 5m 앞에서 들은 방송은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재연 방송을 들은 기자들이 "이 정도 소리가 선내에까지 들린단 말인가"라고 해경 측에 묻기도 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대공방송은 선내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 직후 <해경 "세월호 승객 향해 탈출하라 방송">이란 제목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마치 대부분 세월호 승객들이 사고 현장에서 해경의 방송을 들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혹은 해경이 현장에서 '방송' 임무를 완수한 것처럼 보입니다. 때에 따라선 해경이 선내방송을 했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제목입니다.
기자회견에서 김 경위는 "퇴선 명령 방송을 했다"고 말하긴 했지만 "조타실에 가 선내방송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갑판 경사가 심해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선내방송엔 실패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해당 기사들을 '클릭'해 보면 김 경위의 "선내방송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말을 기사에 담고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해경 "세월호 승객 향해 탈출하라 방송">과 같은 제목을 달고 있는 거죠.
해경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선내방송에 실패한 건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많은 사망자가 선내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해경이 했다는 대공방송은 구조 작업에 큰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지금 세월호 안에 있을 실종자들을 사고 당시 배 밖으로 끌어내지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본질, 진실 등 위대한 명분을 찾지 않더라도 <해경 "세월호 승객 향해 탈출하라 방송">이란 제목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목이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해경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 해경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퇴선 명령 대공방송은 했지만 선내방송은 하지 못했다"고 밝힌 가운데 언론은 <해경 "세월호 승객 향해 탈출하라 방송">이란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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