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수부, 철수한 현대보령호에 "플래카드 붙이고 싶다" 황당 전화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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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해상에서 이틀 넘게 대기만하다 철수한 대형바지선 현대보령호의 관계자는 29일 해양수산부 직원의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플래카드를 붙이고 싶은데 플래카드 붙일 사이즈를 좀 알려고 하니까'라고 해서, 제가 그랬어요. '우리 배는 벌써 부산으로 다 철수하고 상황 다 끝났다'고 하니까, '그러냐고'..."

진도에서 걸려온 전화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오마이TV>와 한 통화에서 사고 현장 관련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한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런 걸 보면, 아직까지 정확한 보고체계라든지 상황파악이라든지 안 됐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까 이런 전화가 오는 거죠."

지난 22일 새벽 진도 해상에 도착했지만, 해경 측이 "바지선 추가 투입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24일 오전 진도를 떠나 부산으로 되돌아온 현대보령호. 처음부터 세월호 구조 작업에서 배제됐던 현대보령호 측에 전화를 한 해수부 직원은 바지선에 잠수사 응원 플래카드를 걸기 위해 배의 크기를 알아보다가 순간적인 착각으로 전화를 했다고 해명했다.

"현대보령호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던 거죠. 빨리 하려다 보니까 순간적으로 착각했었는데..."

현대보령호가 진도 현장을 떠난 지 5일이나 지났지만,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도까지 다녀오느라 경비 5000만 원만 날리게 된 현대보령호의 관계자는 언딘의 바지선 작업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현대보령호의 투입을 막은 해경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앵커 줄이나 다이버 생명줄이 엉키는) 그런 부분은 없을 것 같은데 스페이스도 있어 보이고 들어가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는 했었죠. 해경 현장 지휘부에서는 해경만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고 해군에서 나오신 분도, 민간업체에서 나오신 분, 아마 언딘이 되겠죠. 그분들이 협의를 해서 결정을 내린 거니까 따라달라고 해서 저희는 거기에 대해서 별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특히 이 관계자는 바지선과 잠수사 등 모든 구조 역량을 집중했어야 했던 소조기 기간을 그대로 보낸 것을 너무나 안타까워 했다.

"소조기 때, 마지막 기회였거든요. 저희가 판단했을 때는, 저희들도 그쪽에서 작업을 나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이버들이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지금은 다 물 건너 가버렸죠. 그게 제일 가슴이 아픈 거죠. 그때는 무조건 총력을 기울였어야 했어요. 우리가 작업을 해보면 소조기 때와 날씨가 좋을 때가 같이 받쳐줄 때가 거의 없어요. 그때는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였거든요. 다이버들도 '오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도움도 못 주고 나오니까 마음이 아팠죠."

이어 이 관계자는 구조 작업을 언딘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효율적인 구조 작업을 위해서는 정부가 더 많은 민간업체를 구조 작업에 참여시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보면 구조협회도 있고, 물론 언딘도 구조협회의 한 파트지만, 그래도 한두 개 정도 대표성, 전문성을 가진 민간업체가 참여 했었으면 좀 더 효과적인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 박 대통령은 해결책으로 '국가안전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기본적인 세월호 현장 선박 현황조차 소홀히 하는 상황에서 부처 신설이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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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현장에서 해군과 해경 그리고 민간잠수사들이 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다.
ⓒ 황대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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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활동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한 명도 구조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엄청 든다, 피해자 가족을 볼 낯이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현장에서 민간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인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구난본부장의 말이다.

황 본부장은 '요즘 고생 많으시죠'라고 묻자, "고생보다 성과가 없으니 면목이 없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된 의혹은 해경이 민간잠수사의 투입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민간다이버가 오는 것을 막고 격하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바다 상황이 워낙 안 좋다, 현장 안전을 도모하다 보니 베테랑 잠수사가 작업에 투입되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침몰 18일째인 3일 현재 찾지 못한 실종자만 74명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신의 부패속도도 빨라질 뿐만 아니라, 시신 유실의 위험도 제기되고 있어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 황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수색작업은 총 7개 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해군2팀 (UDT, SSU)과 해경 3팀(특수구조단, 해경특공대, 해경구조대) 그리고 민간잠수사 2팀(언딘 잠수사, 민간단체 지원 자원봉사자)으로 나눠 층별로 공략하고 있다.

"해난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하고, '민간잠수사'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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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인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구조구난본부장의 모습
ⓒ 황대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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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조작업이 더딘 것에 대해 "잠수사들이 물대포를 눈에 맞아가며 더듬어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면서 "다이빙시 조류는 1노트 이하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10노트가 넘는다, 정조나 조금 때도 3노트가 나오는 난이도 있는 작업이다, 그러다보니 위험하다"고 말했다.

해난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묻자 그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면서 "구조구난시 민간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관이 민간에게 이양할 부분은 이양하고 민간육성이 바람직하다면 정부나 정치권에서 도와줘야 한다"면서 "다양한 군대경험과 산업경험을 가진 민간잠수사들의 자원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잘 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협력체계를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달 25일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구난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 해경 등이 민간잠수사의 참여를 막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선수가 가야 한다. 라이프 라인이 5개다. 이를 타고 고도로 훈련된 작전 실행자가 들어가야 한다. 현장에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심해잠수사, 산업잠수기능사, 산업잠수사 자격을 소지한 현장 경험자가 들어가 작업 중이다. 극한상황인 만큼 국가가 인정한 자격자가 들어가야 맞다. 언론의 검증 없는 선정적인 보도가 걱정스럽다."

-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바다는 육지와는 다르다. 자연환경이 따라줬으면 좋겠다. 실종자 가족이나 국민들이 물속에서 이뤄지는 잠수나 보편적인 것을 잘 모른다. 왜 라이프 라인 또는 세프티 라인(안전유도선)이 5줄밖에 없냐고 한다. 하루에 더 많이 할 수 있다면 왜 5개만 하겠나? 안 되니까 못하는 거다. 5개를 이용해 층별, 구역별로 나눠 들어가고 있다."

- 구조작업이 더디다. 현재 바닷속 상황을 말해 달라.
"잠수사들이 물대포를 눈에 맞아가며 더듬어서 바닷속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육상에서 태풍이나 강풍이 불면 두 다리로 지탱이 어렵지 않나? 물속에서는 두 다리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물의 압력을 많이 받는다. 세프티 라인을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장비를 더듬어 구조물이나 실종자을 찾고 있다. 또 물이 차서 체온도 떨어지고 호흡도 가빠서 출수시간(바닷속에서 나오는 시간)도 한계가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스쿠버는 공기가 떨어져 급상승해 나오기도 한다."

"후회와 원망... 피해자 가족 볼 낯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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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민간잠수사들이 입수를 준비중이다.
ⓒ 황대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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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수색작업은 누가 하나?
"총 7개 팀이다. 해군2팀 (UDT, SSU), 해경 3팀 (특수구조단, 해경특공대, 해경구조대팀), 민간2팀(언딘 잠수사, 민간단체 자원봉사자)로 나눠 층별과 구역별로 공략해 자기 라인을 타고 들어가 수색 중이다."

- 표면공급식 잠수부만 투입 중이다, 스쿠버 다이버는 어렵나?
"어렵다. 레저다이빙처럼 사진 촬영하고 생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으로 촌각을 다투고 환경적으로 다이빙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다이빙 하려면 파고높이 1.2m이내가 되어야 한다. 조류는 1노트 이하가 나와야 한데 지금 10노트가 넘는다. 정조나 조금 때도 3노트가 나온다. 난이도 있는 작업이다 보니 위험하다.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 유가족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구조활동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한 분도 구조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엄청 든다. 피해자 가족을 볼 낯이 없다. 대원들이나 도움 주러 오신분이 있는데 현장 사정이 나빠 역할과 임무를 못 줘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데, 죄송스럽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 해난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나.
"우린 '태안 해병대캠프사고' 때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부처간 이기주의로 또다시 원점이다. 육상은 소방에서 잘 작동하지만 수난, 해양은 정치권이나 정부 국민으로부터 소외 받아 무관심의 대상이다. 그 사람들 역시 홀대와 소외 받고 있다. 2006년부터 법 개정을 요구해 4년 만에 통과됐다. 일본을 배워야 한다. 구조원 하나 만들려면 500만 원 이상 든다. 보험이나 안전장치도 없다. 구조구난시 민간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관이 민간에게 이양할 부분은 이양하고 민간육성이 바람직하다면 정부나 정치권에서 도와줘야 한다. 다양한 군대경험과 산업경험을 가진 민간자원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잘 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에서 고민해야 한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민간 자원봉사자는 누구 하나 안 시켰는데 진짜 위기대응 능력이 강하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 이번 기회에 이런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말고 제도적인 문제, 정책적인 문제, 시스템의 문제 여러 가지를 혁신해 최적의 안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한 사람 구하지 못한 원시적인 체계를 바로 고쳐야 한다. 이번 일을 잊으면 절대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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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대응 및 사과 등 모든 면에서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 내일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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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난 1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4월 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대답은 48.8%로 조사됐다. 이는 1개월 전 같은 조사에서의 지지율 61.8% 대비 13%P 하락한 수치다. '매우 잘함'은 11.7%, '대체로 잘함'은 37.1%였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7.4%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4월 33% 대비 14.4%P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우 잘 못하고 있다'는 대답은 22.6%를 차지, 지난 4월(10.7%) 대비 11.9%P 상승했다. 20~40대의 부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졌다. 20대의 66.5%가, 40대의 59.9%가 '잘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를 상대로 휴대전화(40%)·유선전화(6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자는 809명(총 통화시도 3528명, 응답률 22.9%)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전월(4월)과 비교해 보면 민심이반 흐름이 매우 구체적이고, 뚜렷함을 알 수 있다. 전월만 해도 '잘한다(61.8%)'와 '못한다(33.0%)'의 수치를 합하면 94.8%였고, '잘 모름'은 5.2%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잘한다(48.8%)'와 '잘 못한다(47.4%)'의 합계는 96.2%였고, '잘 모름'은 3.8%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잘한다'고 대답했던 여론층이 '잘 못한다'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지를 철회한 응답자 대부분이 '잘 모름'이라는 회색지대를 건너뛰고 '부정적' 입장으로 유입됐다는 것도 읽을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세월호 책임론' 급속 확산... 84.6%가 '박 대통령과 정부 책임'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 묻고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는 항목에 응답자 중 84.6%가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분포를 살펴보면 '매우 책임이 있다'가 43.3%,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가 41.3%였다. '책임이 없다'는 입장은 12.1%에 불과했다. 국민들의 판단은 이미 끝난 것이다.

국민들의 초점은 정부의 '초동대응'에 꽂혀 있다. 생명을 추가로 살리지 못한 정부의 '초동대응'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의 참사 초동대응이 잘못됐다'라는 의견이 무려 85.5%에 달했다. 이중 '매우 잘못됐다'는 응답이 58.5%였다. 반면, '잘 대처했다'는 의견은 9.7%, '잘 모름'은 4.8%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항목에는 '박근혜'라는 이름이 들어가서인지 세대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20대(78.7%)~40대(73.5%)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60대 이상은 69.9%가 '적절했다'고 응답했다. 전체적으로는 61.3%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디오피니언'에서 실시해 5월 1일 공개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집권 여당에게 충격적이다. 여론조사 내 6·4 지방선거 투표 기준에 대한 질문에서 '정부와 거대 야당을 견제하기 위해 범야권이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정권견제론은 41.9%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정권안정론에는 34.3%가 동의했다.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리는 모양새다. 이 질문에서 '잘 모름'은 23.8%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잘 모름' 수치가 큰 게 정부여당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실 인식이 어떻기에... 박 대통령의 '사과', 젊은층 분노 수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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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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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박근혜 사과'에 대한 불만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4일째인 지난 4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표했다. 이에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 유가족인 유경근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사과가 아니라고 했으면 사과를 한 사람이 문제"라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사과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라고 간접사과 방식 등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사과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62.7%에 달했다. 이는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 31.1%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지지층'의 45.6%는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주목할 대목은 20~40대 젊은층의 '박근혜 사과'에 대한 불만족 수치다. 지난 대선 당시 이 세대들의 박근혜 지지율은 대략 33.7%(20대)~44.1%(40대, 방송3사 출구조사 기준)였다. 그런데 '박근혜 사과'에 대한 20~40대의 '충분하다'는 응답은 14.2%(30대)~19.9%(40대)에 불과했다. 반면, 72.9%(20대)~76.4%(40대)에 달하는 젊은층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둔 40대의 '불만족' 응답이 높은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자녀를 둔 50대의 '불만족' 응답도 50.5%에 달했다.

'지지율 급락'으로 끝나지 않고 거리로 나온 '정권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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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4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절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한 반복되는 대형사고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며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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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피니언'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는 대통령 지지율이 전월 대비 13%P 하락했다는 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지를 철회한 계층은 '잘 모름'이라는 입장 유보로 이동하지 않았다. 모두 '잘 못하고 있다'는 비판계층으로 이동했고, 그중에도 '매우 잘 못함' 비율이 급증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 초동대응과 대국민 간접사과에서 드러난 것은 이 정권의 '무능'이었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미국 CNN은 실종된 승객들이 살아 있더라도 물속에 갇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저체온증과 생존시간'을 그래프로 내보냈다. 같은날 정부종합청사의 대책본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어려운지'를 물었고, 거듭된 인원수 정정 발표에 대해서도 '잘 좀 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대선이 한창이던 2012년 12월 14일 유시민씨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 박근혜 후보를 '이치에 밝지 못하며, 사리에 어두운 지도자'라며 '(대통령이 된다면) 걱정이 된다'고 평가했다. 유씨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환관정치·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사리에 어두운 권력자를 이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유시민씨의 우려가 있은 지 1년 반의 시간이 흘렀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 정부는 '정부다운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잘하고 있음'에서 한발 후퇴한 국민들이 '잘 모름'으로 판단을 유보하도록 할만한 제대로 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은 '매우 잘 못하고 있음'으로, 일부는 '정권퇴진' 구호를 들고 거리에, SNS에 등장했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더 나은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박근혜라는 지도자의 민낯이 드러났다. 지지율 급락에서 확인되듯이 아이들이 탄 배를 지켜내지 못하자 정권의 위기로 이어졌다. '박근혜호'가 침몰하려는 위기상황, 이번에는 제대로 된 초동대응을 내놓을 수 있을까.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대한민국이 이것밖에 안 돼? 국민 300명이 저기 있다는데!"

자신의 아이를 가둔 채 거꾸로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절망스럽게 외쳤다.

그렇다. 그곳에 갇힌 건 '국민'이었다. 세금을 내고, 노동력을 공급하고,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고, 무엇보다 나라를 나라로 만들어주는 사람 말이다. 정치인 없이도 나라는 존재할 수 있지만, 국민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국민은 위대하다'고 칭송해마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세월호를 탔다면 글을 쓰는 나도, 읽는 당신도 피해자들과 똑같은 운명을 겪었을 것이다. 살아남았다고 안도할 수도 없는 까닭은, 한국사회에선 생사를 가르는 위험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정부는 희망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평범한 국민이라면 말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우리가 지켜보아 온 바다. 여기서 '평범한' 국민이란 '힘없는 국민'을 말한다. 정계나 재계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과 핏줄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 말이다.

딸의 생사를 모르는 아버지는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통곡했다. 배가 침몰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정부가 딸을 구하기는커녕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자 그는 이렇게 절규했다.

"내가 참 못난 부모구나, 자식을 죽인 부모구나. 이 나라에서는 나정도 부모여서는 안 돼요.대한민국에서 내 자식 지키려면 최소한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회예요."- <노컷뉴스> 4월 23일자 기사 <"학부모의 절규 '떠날 거예요…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중

'복지부동'과 '안전불감증'이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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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한 '세월호' 지난 달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 주위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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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대통령은 '복지부동'을 질타했고, 언론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비판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타당하게 들리는 평가이자, 국가적 재난 후 어김없이 되풀이되어 온 말이기도 하다. 타당한 분석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은커녕, 시키지도 않은 일까지 알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라면 말이다. 사고현장을 찾았던 대통령이 떠나고 나서 구조작업이 진척이 되지 않자,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길을 나섰다. 경찰은 혼비백산해서 이들의 행진을 막았다. 청와대와 천 리 넘게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한국사회는 결코 '안전불감증'의 사회가 아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신체의 안전은 물론, '심기'의 안전까지도 완벽히 보장된다. 예컨대 지난달 28일, 구조 상황을 지켜 본 윤부한 목포시 특전예비군 중대 중대장은 믿기 어려운 말을 했다. 사고 첫날인 16일,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장관이 민간구조단의 출항을 지체시켰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윤 중대장이 지목한 사람이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병규 장관이 구조 현장을 방문했고, "격려를 한다고 급박한 시간에 장관이 배를 멈춰 세우고 악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수백 명의 목숨이 사라져 가는 순간에도, 장관이 나타나 손을 내밀면 달려 나가던 구조대도 멈추고 경의를 표해야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뿐 아니다. <JT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구조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는 다른 민간잠수부가 발견한 시신을 자기들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요구로 인해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그 당시 '조류가 빨라 구조가 어려웠다'던 정부측 발표나 언론 보도와 달리, 한 민간잠수사에 따르면 "작업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일단 유리창을 파괴하고 들어가면 그때부턴 얼마든지 살아있는 학생들을 찾기만 하면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언딘측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런 일을 다른 업체에 뺏기게 되면 내가 회사 사장으로부터 굉장히 실망을 얻는다, 당신도 회사생활을 해봤는지 몰라도 이런 경우 내가 뺏기게 되면 얼마나 큰 손실이 있겠느냐."

위계적 권력과 탐욕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정부의 사악한 전통

무소불위의 권력과 탐욕. 한국사회가 이처럼 처참하게 망가진 이유일 것이다. 이 둘 앞에서 국민의 목숨은 그저 하찮게 보일 뿐이다.

세월호 사건은 '복지부동'이나 '안전불감증'보다는, 권력이 국민을 천대하고 국민의 목숨을 무시하는 탓에 발생한 일이다. 그런 탓에 쉽게 바뀌거나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불행히도, 국민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이 사악한 전통은 초대 정부부터 21세기 현 정부에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만 정부는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다'며 국민 수천 명을 살해했고(보도연맹사건), 박정희 정부는 유신에 반대하는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 18시간 만에 사형했으며(인혁당사건), 전두환 정부는 자신의 집권 반대 운동을 막기 위해 수천 명을 학살했다(광주민주화운동). 정권은 모두 '안보'를 내세웠으나, 정작 지키려 했던 것은 국민의 안위가 아니라 권력의 안위였다.

권력만 지킬 수 있다면 국민 목숨쯤은 간단히 저버릴 수 있다고 여겨 온 것이 한국 정부였다. 그리고 이 야만적 행위에 정부부처, 국정원(안기부), 검찰, 법원, 경찰, 군대, 언론, 관변단체 등이 수족이 되어 거들었다. 한국의 통치세력, 공무원, 친정부 언론에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생명경시 유전자'가 남아있는 셈이다.

민주화 운동 이후 정부가 저지른 학살과 사법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정부의 '체질'이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어두운 과거의 복권'이 시작되었다. 대선여론조작 사건에서 보듯, 정부와 국정원, 군대, 경찰, 법원의 음습한 거래가 다시 시작되었고, 언론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전매체로 전락했으며, 정부는 교과서까지 손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은 '과거 복원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음을 의미한다. 과거 권위주의적 국가로 회귀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이후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를 비판했지만,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가 가장 심해진 것이 현 정부 출범 이후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때 대통령과 '맞짱토론'까지 하던 검찰이 정부 지시를 묵묵히 따르는 '순한 양'이 된 게 언제부터인가. 

한국정부의 비인간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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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지난 달 2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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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탐욕에 집착하는 정부의 '비인간적 유전자'가 어떻게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지 살펴보자. 인명을 경시하는 권력은 국민 목숨을 기껏 '비용'의 차원으로 다룬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운업체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선령 제한을 30년으로 연장해 낡은 배를 대폭 늘려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근혜 정부도 만만치 않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한 이후 '기업 부담 완화'를 이유로 이미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안전규제 완화는 선박·해운 관련해서만도 20건을 넘어선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는 원수이자 암덩어리"라고 주장하며, 철도교통, 공산품 위험 관리, 위험시설물 관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안전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불과 한 달 전, 정부는 제품안전기본법을 개정해 위해제품에 대한 '자발적 수거(리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소비자에게 피해가 우려되는 제품에 대한 업체의 자발적 수거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자발적 수거 기준이 '중대한 결함'에서 '결함으로 인한 중대한 사고'로 바뀐다. 다시 말해, 사업자가 제품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소비자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수거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부는 수명이 다 한 고리 1호기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연장 운영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그 이유 또한 '비용'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고장과 오작동, 사고은폐, 비리로 누더기가 된 불안한 핵발전소를 말이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사고가 날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다. 여객선은 통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는가.

정부는 눈에 뻔히 보이는 배 속에서조차 국민 한 명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이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피해도 전국에 이르는 방사능 피해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란 말인가. 대체 무엇을 보고 믿으란 말인가.

'국가개조'? 권력의 악습부터 뜯어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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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울지마'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지난 달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조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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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인적자원'이자 '표밭'이기 이전에 소중한 생명체다. 목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인식할 주체도 없기에,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하나의 세상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한국의 권위주의적 권력이 깨닫지 못하는 것이 바로 생명체로서의 국민이고, 인격체로서의 국민이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처(가칭)'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국민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정부의 고질적 병폐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국가안전처를 청와대 안방에 들여놔도 국민들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우선 대통령 자신부터 권위주의적 '보스형' 리더십을 청산해야 한다. 스스로 독단적으로 행동하면서 공무원들이 국민을 존중하기를 기대하는가.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권력이 국민과 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또 다른 폭력적 발상일 뿐이다. '개조'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국민 목숨을 함부로 여기는 권력자의 사고구조와 이를 두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기관, 그리고 무비판적 언론의 구멍 난 양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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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은 충북대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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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아픔을 나눈 것은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본인이 직접 해주겠다고 단언한 것이다. 그 자리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목포해양경찰서장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이들에게 이런 조치들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어야 했다. 현장지휘자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사고 직후 탈출자들 외에는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재은(49)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구조자 0'라는 악몽을 낳은, 정부의 위기·재난관리의 총체적 실패의 원인을 '단순화의 원리'를 위반한 것으로 정리했다.

국내 행정학자로는 드물게 위기관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자문위원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국가위기관리실 자문위원으로 역대 정부의 위기·재난 관리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국가위기관리학회 1기(2009년)회장과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장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재난관리 이원화 정책, 위기관리 실패의 핵심원인"

지난 4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구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재난관리 이원화 정책을, 위기관리 실패의 핵심원인으로 꼽았다. 노무현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안전행정부(안행부) 장관이 맡고, 재난 전문성이 있는 소방방재청장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을 맡아 전체 재난에 대응토록 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분리해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장이, 사회재난은 안행부 2차관이 맡게 해, 통상 재난업무는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세월호 사태 대응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아래는 관련 문답 전문이다.

- 세월호 사건을 담당해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유명무실했고, 각 단위의 대책본부가 12개나 꾸려질 정도로 극심한 혼선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재난관리의 특성과 원리원칙에 대해서 파악을 못했다고 본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화의 원리다. 신속한 조치와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명령-지휘체계가 단순해야한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로 단순화되지 못했다. 물론 많은 대책본부들이 위기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함께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별도로 만든 측면도 있다."

- 사고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체계로 움직였어야 했나.
"체계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문제였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현장지휘 책임을 지고 관리를 했어야 했다. 현장에서 사고 사망자나 실종자, 구조자와 관련해서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와 전라남도청, 진도군청의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중대본이 욕심을 냈다. 대통령한테 보고를 하고 생색을 내려고 한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금 중대본은 시·군·구 재난안전대책본부나 현장 지휘체계에 대해 지원이나 협조가 아니라 지시·통제·명령·감독을 하려고 한다. 근데 이런 명령이나 통제는 현장의 상황을 알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중대본은 시·군·구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와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다가 피해현황을 보고하라고 요구한다. 지금 그곳들은 현장에서 긴급구조도 해야 하고 위기대응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고 계속 보고를 요구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초기에 전원구조라는 잘못된 보고가 올라가는 등 이번 사건 초기에 혼선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숫자가 다르면 구조 대응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 거의 구조됐다고 하면 맘 놓고 들어갈 수 있다. 중대본이 질타 받아야 하는 이유다."

"현장지휘자 제외한 모든 부처와 대통령은 지원업무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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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안보실장,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총리, 안행부 장관, 안행부 차관, 해수부장관, 소방방재청장, 해양경찰청장, 해군, 전라남도의 책임자, 진도군 책임자 등은 각각 무슨 일을 했어야 하나.
"현장지휘자를 제외한 모든 부처 장·차관 및 대통령은 지원 업무만 했어야 한다.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이런 것만 물어야 한다. 이번에는 해상사고이므로, 진도군이 아니라 전적으로 해수부와 해경이 현장 지휘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모든 지휘체계의 중심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지휘를 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간섭하고 지시하는 참견꾼이 너무 많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사실상 서해전체를 맡기 때문에 목포해양경찰서장이 현장 지휘자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건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목포해양경찰서보다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맡는 게 낫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현장을 방문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아픔을 나눈 부분은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유가족들이 요구사항을 말했을 때 본인이 직접 해주겠다고 단언한 것이다. 유족들이 TV설치 해달라고 하니 해주겠다고 하고 관계자들에게 인명구조 최선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목이 아쉽다. 사실은 그 자리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목포해양경찰서장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이들에게 이런 조치들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어야 했다. 현장지휘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현장 지휘체계를 살릴 수 있다.

과거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빈라덴 사살 작전시 상황실 내에서 탁자를 합동특수작전사령부의 마셜 B. 웹 준장에게 내주고 그 뒤의 오른쪽 구석에 쪼그린 듯 앉은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대통령도 지휘관의 지휘체계를 흐트러트리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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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5월 1일 빈라덴 사살 작전 상황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테이블 중앙은 합동특수작전사령부의 마셜 B. 웹 준장에게 내주고 한 쪽 편에 앉아 있다.
ⓒ 백악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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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 설치에 50분 걸려...분명히 책임지고 넘어가야"

- 중대본부장인 안행부 장관은 어떤 지시를 내렸어야 했나.
"중대본부장은 즉각적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중앙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거기 따라서 각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시도 및 시군구까지 일원화 해놓았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항해사가 제주 해상교통관제(VTS)센터로 오전 8시 55분에 신고했고, 오전 9시 45분 중대본이 가동됐다. 중대본이 설치될 때까지 50분이 걸린 것이다. 대책본부 설치 경험이 없는 거다. 늑장대응이다. 이 부분은 분명히 책임지고 넘어가야한다.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30초만에 숨이 허덕이고 애들이 죽어갔다. 얼마나 늦은 건가."

- 중대본부장이 현장 컨트롤타워를 지정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육상사고의 경우 중대본이 지정하고 있으며, 해양사고도 중대본에서 지정할 수 있다. 법 조항에 그렇게 돼 있다. 다만 해양사고의 경우 해수부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장으로서 지정할 수도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중대본부장이 해수부와 해경의 의견을 듣고 우선적으로 컨트롤타워를 지정했어야 했다."

- 화제가 되고 있는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 박성미씨는 리더라면 밑의 사람이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에는 필요한 비용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필요한 응급조치를 실시하고 사후에 원인책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에 산사태가 나서 긴급 구조대를 투입해야 하는데 비닐하우스가 가로막고 있다면 비닐하우스를 없앨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건 문제가 안 된다. 근데 안했다. 공무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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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은 충북대 교수.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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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에서는 중대본 본부장을 안행부 장관이 맡고, 소방방재청장이 중대본 차장을 맡아 전문성을 보완토록 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분리해, 자연재난 경우에는 소방방재청장이 중대본 차장을, 사회재난은 안행부 2차관이 차장을 맡게 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사건은 재난업무 비전문들가인 안행부 강병규 장관, 이경옥 2차관, 이재율 안전관리본부장이 초기 상황을 관리했다. 이런 이원화가 극심한 혼선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이전에는 재난을 자연재난, 인적재난, (에너지·통신·교통·금융·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재난 등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그런데 지난 2월 7일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법은 인적재난, 국가기반체계재난을 사회재난으로 통합됐다. 공무원의 부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거다. 안행부가 청와대 보고에 대한 욕심을 내, 사회재난을 맡았지만 전문성이 떨어졌다.소방방재청은 안행부가 상급기관이라 말도 못했을 거다.

그 직후인 2월 17일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안행부 장관들이 자신들이 재난관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해난사고는 다르다. 용어도 어렵고 선박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우왕좌왕 하며 완전히 흐트러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바뀌어야 한다. 이름만 안행부이지 안전 행정을 책임질 휴먼웨어가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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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영정과 위패 앞에서 고개숙여 조문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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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9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 앞에 유가족 3~4명이 몰려들었다. 유가족 A씨가 무릎을 꿇고 박 대통령에게 하소연했다. A씨는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 전전긍긍… 그 해경 관계자들 엄중 문책해 주십시요, 웃고 다녀요"라고 박 대통령에게 하소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5분 분향소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검은 투피스 차림이었다. 국화꽃 한 송이를 영정에 헌화한 후, 유족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울면서 이야기하자 위로했다. 조의록에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숙여 명복을 빕니다'고 쓰는 동안 이번에는 유족들이 "대통령이 왔으면 가족을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박 대통령은 그제서야 유족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오전 9시 8분께 박 대통령이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뜨자, 일부 유가족들은 "대통령 조화 밖으로 꺼내 버려"라고 소리쳤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떠나자 성난 유가족들이 "여기까지 와서 사과 한 마디 안할 수 있느냐"며 가슴을 치며 고함을 질렀다고 현장 상황을 보도했다.

대통령 2번 만난 세월호 가족들, 2번 무릎 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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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정부탓? 29일 합동분양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가족인 남성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민관 유착, 공직 철밥통 추방'을 언급했다. <조선일보> 4월 29일자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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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두 번 세월호 가족들을 만났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오후 박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을 맞이한 유가족들의 감정은 격앙돼 있었다. JTBC 중계에는 발언을 하는 박 대통령을 향해 실종자 가족들의 격앙된 고함소리가 날 것 그대로 전달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을 향해 '욕설'이 날아들었다고 전했다. 전날인 16일 밤에 현장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물병 세례를 당하고 쫓겨나듯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청와대 경호실의 호위를 받으며 발언하던 박 대통령을 향해 실종자 가족인 한 여성이 다가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아이를 살려달라'고 빌었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가지고 있었던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장면이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1분 1초가 급하다"고 말하며 구조작업의 시급성을 언급했지만 그 후 실종자 가족들이 동의할 만한 구조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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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 꿇고 애원하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듣던 중 한 실종자 가족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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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은 두 차례 박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그때마다 무릎을 꿇었다. 17일에는 실종자 가족인 중년의 여성이 진도체육관에서 무릎을 꿇었다. 박 대통령은 연단에 서서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봤다. 29일에는 합동분향소에서 이번에는 유가족인 중년의 남성이 무릎을 꿇고 '해경에 대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위로하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대통령 앞에서 뿐만 아니라 세월호 가족들은 무릎을 자주 꿇었다. 사고 발생 3일째인 18일 밤 진도 팽목항 상황실 앞에서 실종자 가족 엄마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고 '실종 아이 생사를 확인해 달라'며 울부짖었다. 상대가 박 대통령이어서만 무릎을 꿇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구조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해경과 해수부에 분노했지만 그들 앞에서도 무릎을 꿇고 빌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에 있어 현실적 힘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라면 그가 누구라도 빌었다. '사상 최대 규모 수색'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던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가족들은 무릎을 꿇고 실낱 같은 희망을 빌었던 것이다. 구조하지 못한 죄인은 정부이나, 그나마 구조할 장비와 인원을 가진 것 또한 정부이기에 국민들은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은 것인가, 꿀린 것인가.

노무현 당선인 "대구 지하철 참사에 죄인된 심정"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발생한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는 대참사였다. 2월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이 불행한 일을 당하면 정치하는 사람들과 스스로 지도자로 칭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죄인 느낌을 가지고 일을 대해왔는데 내 심정도 그렇다"며 "하늘을 우러러 보고 국민에게 죄인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죄인' 발언을 한 지 이틀 후인 2월 23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대구에 가니 대구시장이 저에게 인사를 하면서 '면목 없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하면서 "'시장이 무슨 책임이 있소. 하고자 한 것도 아닌데'라고 위로했는데… 그 인사를 받을 때 대구시장의 인사가 꼭 내 심정하고 같았다"고 당시의 망연자실했던 상황을 전했다.

2004년 6월 23일 이라크에서 재건작업을 하던 중 피살된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일 오전 9시 30분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참으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고 말한 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고인의 절규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사소한 사진 한 장에서도 소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5월 28일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가 공개한 미공개 사진 속에는 노 대통령이 한 중년 여성 앞에서 무릎 꿇은 모습도 들어있었다. 퇴임 후인 2008년 5월 21일 사저 앞 잔디밭에서 방문객 인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한 여성으로부터 사인을 요청받자 무릎을 꿇고 사인을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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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앞에 무릎 꿇은 노 대통령 2008년 5월 21일 사저 앞 잔디밭에서 방문객 인사를 받던 노 대통령이 한 여성으로부터 사인을 요청받자 무릎을 꿇고 사인을 해주고 있다.
ⓒ 사람사는세상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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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중년 남성이 할 말이 있다고 손을 높이 들었다.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에 박 대통령은 대답했다.

"국민이지요!"

그 주인이 두 차례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박근혜 정부가 주인이 무릎 꿇은 것에 대한 답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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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살리지 못했나요? 왜? 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를 위해 모인 한 고등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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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둘러 싼 노란리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 청소년 촛불집회에서 추모 메세지가 적힌 노란종이를 든 참가자들 리본 모양을 만들어 '친구들이 아직 여기 있습니다'가 적힌 세월호 모형을 둘러 싸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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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어른들은 무엇을 해주셨나요?"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어른들이 보여준 무책임과 무능함에 실망한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거리로 나왔다. 3일 오후 3시 30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모인 중·고등학생 200여 명은 "청소년이 앞장서서 세월호 피해 친구들의 한을 풀겠다"고 외쳤다.

이날 추모집회는 청소년단체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아래 희망) 회원들의 제안으로 열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들이 독자적인 집회를 개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 중에는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접하고 온 학생들이 많았다. 세월호 침몰 실종자 주검 수습이 보름 넘도록 지지부진한 데다, 어른들의 무능한 행태가 날마다 드러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인천에서 온 김아무개(고2)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나 역시 세월호 사고 같은 일은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말을 들었다가 친구들이 다쳤다"며 "우리 사회가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조 못 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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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친구들아'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 청소년 촛불집회에서 참가한 한 고등학생이 무릎을 꿇은 채 침회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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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또는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고 온 청소년들은 A3 용지 크기의 노란 도화지에 검정 매직펜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많은 학생이 "친구들아 보고 싶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의 메시지로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우리는 아직도 제자리를 지켜야 하나요?", "대통령님, 왜 배에 탄 친구들은 살아오지 못했나요?" 등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컸다.

청소년들은 세월호 선원과 정부 관료들의 미흡한 초동 대처 때문에 많은 친구가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아무개(고2)양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선장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안내방송을 하고, 사고 직후 해경에서 발 빠르게 구조 작업만 했어도 많은 아이들이 살았을 것"이라며 "구조할 수 있는데도 구조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받았다"고 털어놨다.

사고가 대형 인재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재난 안전 수준에 실망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무대에 올라 발언한 김아무개(고2)양은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자랑스러웠는데 세월호 사고를 보며 그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며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순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온 김아무개(고3)군도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을 뛰어넘는다고 배워왔는데, 사고 구조도 제대로 못 하는 걸 보면서 실망했다"며 "이제는 더이상 어른들의 말을 못 믿겠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소년단체 '희망'은 이날 집회에 이어 오는 10일에도 청계광장에서 '청소년 추모의 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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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착한사람은 죽고, 나쁜사람만 사나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 청소년 촛불집회에서 참가한 한 고등학생이 '왜 착한사람들은 죽고 나쁜사람들만 사나요?'가 적힌 노란종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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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아 보고싶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 청소년 촛불집회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친구들아 보고싶다'가 적힌 노란 종이를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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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서울지하철이었다.

2일 오후 3시 30분께 승강장에 멈춰있던 지하철을 뒤에 따라오던 열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왕십리역 승강장에 서 있던 앞차 승객들은 승강장을 통해 열차를 빠져 나갔고 선로에 멈춰선 뒤차 승객들은 객차를 나와 반대편 선로를 통해 탈출했다. 마주 오던 지하철이라도 있었더라면 대규모 인명피해도 발생했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충돌 여파로 지하철 안은 정전이 됐다. 건장한 승객들의 탈출에는 문제가 없었고 노약자와 아이를 동반한 승객들도 다른 승객의 도움을 받아 탈출할 수 있었다. 사고발생 30분이 지난 시점 두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 1000여명은 모두 지하철을 빠져 나왔고, 반대방향 지하철은 운행을 재개했다. 승객 중 200여명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발생 2시간 반이 지난 오후 6시, 사고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기관사에 따르면 열차 신호등이 진행 신호에서 정지 신호로 갑자기 바뀌어 후속 열차가 비상 제동을 걸었는데 제동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열차 간 자동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 고장 가능성과 뒤쪽 열차 기관사가 곡선 구간에서 정지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사고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조선>만의 박 시장 비판코드, '왜 2시간 후에 도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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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 후에 왔다고... 지하철 사고 발생한 지 2시간 이후에 현장에 도착한 박원순 시장을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5월 3일 3면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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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박 시장은 오후 3시 32분에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현장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시청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상왕십리역에 나타난 것은 오후 5시 40분쯤이었다. - <조선> 5월 3일자 '사고 2시간 지나서야 나타난 박원순 시장'

지하철 사고를 보도하는 <조선일보> 지면에 특이한 기사가 게재됐다. '박원순 시장'의 사고 대응태도를 문제 삼는 기사다. <조선>은 사고발생 이후 2시간이 지나서야 박 시장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점과 중앙정부보다 재난상황실 가동 시간이 늦어진 점, 브리핑을 한 장소가 시청이 아닌 '상왕십리역'이었음 등을 지적했다. 이 내용들은 다른 신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먼저, <조선>은 박 시장이 사고발생 2시간 후에 현장에 도착한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서울시 관계자가 사고보고 받은 직후 박 시장이 현장으로 향했다고 전한 뒤) 그러나 박 시장이 시청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상왕십리역에 나타난 것은 오후 5시 40분쯤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이 신문은 작년 7월 발생한 동작구 상수도관 수몰사고 때도 사고발생 5시간 후인 밤 10시 40분에 박 시장이 현장에 도착해 구설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박 시장이 사고발생 2시간 후에 현장에 도착한 것이 지적받을 상황인지 의문이다. 서울시 설명자료에 따르면 사고발생 직후 박 시장은 비서실장으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고 현장에 출동한 제1부시장과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부상자들의 안전 이송과 신속한 복구를 지시했다. 이어 비상교통대책과 관계자 소통 체계 마련도 지시했다.

시청에서 초동 대응조치를 마친 이후인 오후 4시 40분께 박 시장은 시청 집무실을 출발해, 오후 5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3일 오전 0시 반께 최종 상황종료 브리핑을 한 뒤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으로 돌아갈 때까지 현장을 지휘했다.

<조선>은 어느 대목에서 박 시장을 비판하는 것인가. 서울시장이 119처럼 사고발생 2분 후에 현장에 도착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박 시장은 현장의 초동대응을 지시하고 난 이후 곧이어 현장으로 출발했다. 출발한 시간도 사고발생 1시간 이후였다.

이 때문에 <조선>을 제외한 다른 언론에서는 박 시장의 사고현장 도착시간을 지적하는 뉴스를 게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시장이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1시간 이후 출발이 어느 언론에서는 지적받을 사안이고, 어느 언론에서는 '곧바로'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인가.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이동해 수습에 나섰다. - <한겨레> 5월 3일자 '들이받은 뒤차량, 안전거리 자동유지장치 고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집무실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연락해 신속한 현장복구를 지시했다. 오후 5시 30분에 상왕십리역에 도착한 뒤 늦은 밤까지 상황실에 머물며 복부상황을 점검했다. - <동아일보> 5월 3일자 '또 인재… 종합관제소, 전동차 지켜보면서도 사고 못 막아'

'상황 브리핑' 국민들에게 공개한 서울시, 장소가 문제라는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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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2시 21분 ... 생중계를 통해 사과하는 박 시장 박원순 시장이 지하철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지하철이 정상화되었음을 알리며 지하철로 귀청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복구현장에서 진행된 공식브피잉을 <라이브서울>을 통해 생중계했다.
ⓒ 라이브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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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서울시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서울시가 유사시 시청사 지하에 가동하는 재난상황실도 첫 브리핑을 끝낸 뒤인 오후 6시 30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며 "국토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린 오후 3시 55분보다 2시간 반이나 늦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2호선은 서울시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것인데 중앙정보보다 대처가 늦은 것이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소방방재본부와 함께 합동브리핑을 실시했다. 오후 6시, 7시, 9시 등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된 브리핑은 서울시 홈페이지 <라이브서울>을 통해 공개됐다. 최초 브리핑 자리에서 나선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당시까지 파악된 사고원인과 대응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들은 '사건 발생 2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 정확히 모르느냐'는 질문을 몇 차례 던졌다. '세월호 참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해서인지 기자들의 질문에서는 날이 서 있었다. 기자들은 사고직후 '어떠한 안내방송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7시 브리핑에는 서울메트로 사장이 직접 나와서 6시 브리핑 시 대답을 명쾌히 하지 못했던 '안내방송' 건에 대해서 설명했다. 기자들은 '왜 뒷차는 실내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서울메트로는 '관제통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실내가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상황파악 이후 관제통제로 열차 운행은 중단됐고, 탑승객들은 반대편 승강장으로 탈출했다.

<조선>은 '재난상황실'이 늦게 가동된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5시 40분부터 박원순 시장이 현장에 계속 상주하면서 지휘했고, 6시 이후 시간별로 등장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대응에서는 우왕좌왕하는 등 불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이것이 '재난상황실'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즉시 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 받아야 할 대목인가.

상황종료 보고도 공개적으로 한 박 시장, 귀청은 지하철로

박원순 시장은 3일 오전 0시 20분께 브리핑에 등장했다. <라이브 서울> 기자회견 중계에 등장한 박 시장은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서울시 안전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서 "후속조치에 만전을 다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한 말씀을 전하고 사과를 드립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정상화된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시 지하철사고는 충분히 비판받아야 한다. 기계오작동이든, 기관사의 과실이든 천만 서울시민의 교통수단이 안전하지만은 않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초동 대응조치, 부상자 구호조치 등에 대한 비판이 아닌 '사고 발생 2시간 후에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지적하거나, '재난상황실'을 언제 열었는지를 지적하는 것이 과연 언론 기능에 충실한 보도인지 의문이 남는다.

“고등학생도 미안해하는데, 대통령은 왜…”

등록 : 2014.05.02 19:51수정 : 2014.05.03 18:20

2일 오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려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노란 리본의 정원’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어안렌즈를 사용해 동그랗고 주위가 어둡게 나타났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죄책감 느끼는 시민들
“미안해” “부끄럽다” “용서 마”

서울광장 10만명·안산 27만명…
분향소 조문객 발길 끊이지 않아

“우리도 이렇게 미안한데, 도대체 대통령은 왜 미안해하지 않나요?”

경기도 안산 강서고 2학년 김아무개(17)양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사과를 주저하는 데 대해 이렇게 불만을 털어놨다. 2일 오후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김양은 “초등학교 친구 두 명이 사고를 당했다. 이렇게 교복을 입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에게 미안해 사진(영정) 앞에서 사과했는데, 나라의 어른이라는 대통령은 왜 그 말 한마디도 못하느냐”며 울먹였다.

푸르디푸른 청춘들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는 참사를 목도한 국민들이 곳곳에서 글로, 말로, 그리고 행동으로 ‘미안하다’고 울부짖고 있다.

‘며칠째 잠을 못 이룹니다. 나도 어른인 것이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여러분이 치른 죗값 받은 고통 새기고 또 새기고 절대 잊지 않아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고통 반복되지 않도록 바르게 살겠습니다. 돌아와 주세요.’

세월호 침몰사고 나흘 뒤인 지난달 20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정문에 한 어른이 이런 쪽지 글을 써 붙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단원고 정문과 담벼락에는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소망하는 쪽지 글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부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쪽지 글이 곳곳에 붙기 시작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를 방문한 추모객은 분향소 설치 5일 만인 2일 오후 10만명을 넘어섰다.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임시 합동분향소 포함)를 찾은 조문객도 분향소 설치 9일 만인 이날 오후 27만명을 넘었다.

한편, 청소년단체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의 회원인 중고생과 청소년들이 “세월호에 탄 친구들과 안녕하고 싶은 청소년이 함께 모여 촛불을 켜자”며 토요일인 3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친구들을 위한 청소년 촛불’ 행사를 2일 제안하고 나섰다. 세월호 침몰 이후 10대 청소년들이 독자적인 촛불집회를 제안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학생·청소년들은 애도와 추모의 묵념, 친구들·청와대에 보내는 노래와 시, 자유 발언, 다 함께 상징 의식 등의 차례로 촛불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이수범 음성원 기자 cooly@hani.co.kr

“도올, 대통령 향한 돌직구 시원스럽다”

등록 : 2014.05.03 15:26수정 : 2014.05.03 18:17

도올 김용옥 교수

도올 김용옥 ‘한겨레 기고’ 화제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의 세월호 참사 특별기고가 <한겨레>를 통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2만건 이상 인용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고문이 인터넷에 공개된지 하루도 안돼 <한겨레> 누리집과 포털에선 댓글이 1만개 이상 달렸다.

등단 45주년을 맞아 최근 열세 번째 시집 <호야네 말>을 출간한 이시영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ro_ro*********)를 통해 “도올이 한겨레에 울분을 토하셨다. 도올다운 글이라 좀 격앙되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돌직구가 시원스럽다. 도올의 지적대로 그 분의 정치력과 통치력은 ‘허상’이었음이 증명되었다. 물러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계시라. ‘규제와의 전쟁’ 따위 하지말고”라고 밝혔다.

트위터리언(wi*******)은 “중앙일보에서 세월호 사고 후 인문사회학자들의 릴레이 인터뷰라는 걸 계속 실었다. 공허한 현학 일색이었다. 도올 선생의 추상같은 발언이야말로, 지성의 목소리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웅변한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인 김동조씨(아이디 @hubris2015)는 트위터에서 “도올 선생의 말처럼 거리에서 정치적인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선거를 통한 심판이 필요하고 야당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야구관련 서적을 쓴 김은식씨(아이디 @kimeunsik)는 트위터로 “‘일본 도호쿠지진 때 미야기농고의 학생들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소, 돼지 축사의 문을 열어두고 피신했다. 하물며 인간이랴.’ 도올 선생의 글 중 이 대목이 이 새벽에 또 가슴을 찌른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트위터 아이디 ch***********)은 “맹자는 호선(好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천하를 다스리기에 넉넉함이 있다 했다. 호선이란 낙문고언(樂聞苦言)이다. 쓴 말을 듣기를 사랑한다는 뜻이다”고 말했고, 다른 누리꾼(트위터 아이디 gy***)은 “평범한 민중들은 늘 정의로웠다고, 죽어간 사람들도 그런 사람이었다고 (도올 선생이) 처음 말해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도올의 기고문을 가리켜 “선동하고 있다”거나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가족들을 추모·위로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4월30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 들머리에서 참가자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도올의 기고문을 보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누리꾼들도 다수다. 시민단체들은 연휴 시작인 5월3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서울시민 촛불 원탁협의회’는 주말인 이번달 3일과 10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서울촛불시민들’ 역시 2일부터 6일가지 매일 저녁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했고, 3일 오후엔 청소년단체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의 회원들도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용옥 교수는 <한겨레> 특별기고문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을 비교하며 글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1950년 6월 정부 각료, 국회의원, 육군본부에도 알리지 않고 몰래 대전으로 도망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방송국을 통해 서울시민에게 “우리 국군이 용감하게 적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나 대통령 본인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국민과 함께 서울을 지키고 있습니다”는 거짓 방송을 했고 사전 통보없이 한강대교를 폭파해 시민 500여명이 폭사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이승만을 성스러운 통치자로 모시는 기나긴 정치사적 이념의 굴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임진왜란 당시 대책없이 도망친 선조가 큰 전공을 세운 이순신 장군을 핍박하고, 오히려 도망갈 때 자신의 말을 몰았던 말단 관리를 우대했던 역사적 사례를 제시했다. 김 교수가 이런 실패한 리더십의 사례를 제시한 것은 세월호 침몰 당시 누구도 주체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이 황금시간에 누구도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시대의 역사가 총체적 부실 속에서 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태로 표류하고 있고, 그 총체적 부실의 주체는 다름아닌 박근혜 정부”라고 밝혔다. 그는 또 “통치의 정점은 국가의 안위에 막중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진심어린 전면적인 사과의 한마디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과거 중국 한(漢)나라의 황제인 문제(文帝)조차 불상사가 발생할 때마다 신하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국민 앞에 사죄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 초기 ‘남탓’이나 “엄벌하겠다”는 등 심판자 노릇에 일관했다는 것이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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