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올라가는 소리"... 정몽준 '엉엉 영상'에 열광한 앵커
[공정선거보도감시단 12차 보고서] 대놓고 편파성 드러낸 종합편성채널
▲ 5월 15일자 TV조선 <뉴스1> 화면 갈무리. | |
ⓒ TV조선 |
"이번 선거에서 만약에 좌파가 이기면 대한민국이 완전히 마비된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가 한 말도, 새누리당 6·4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흘러나온 말도 아니다. 지난 13일 채널A <직언직설>에 출연한 이영작(전 한양대 석좌교수)씨가 꺼내놓은 새누리당 선거 전략 논평의 한 대목이다.
이씨는 이날 방송에서 제3자의 입장인 양 6·4지방선거에 관한 논평을 이어나갔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대하는 태도는 엇갈렸다. 그는 새누리당을 향해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고 새누리당'이라는 메시지를 줘야한다"라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을 두고는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15일 TV조선 <뉴스1>에 출연해서도 이씨는 여전히 새누리당으로 기울어진 논평을 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진다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 굉장히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경제는 망가지게 돼 있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지 다음 거의 4년을 우리가 헤쳐나갈 수 있는 것" 등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해당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엄성섭 앵커 역시 이씨의 발언을 제지하거나, 반론을 제시하기보다, "좌파들이 4년 내내 분노 마케팅을 할 것이다"라는 그의 말에 "정권 초기부터 그랬다", "(좌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다"라며 호응하고 나섰다. 사실상 종편이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함께하는 꼴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연대해 꾸린 공정선거감시단에서 15일 발표한 12차 보고서에는 이 같은 종편의 편파성이 잘 드러나 있다.
기자와 앵커조차 새누리당 편드는 TV조선
"최근 일주일에서 한 열흘 동안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데, '이러다가 정말 여당은 수도권은 전패할 뿐 아니라 이게 잘못해서 지방으로 내려가서 충청, 강원, 부산까지 내려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지금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정말 여권의 위기입니다." (배성규 기자)
"아까 제가 일부에서 '대구 경북 빼고는 다 질 거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그랬는데, 이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의외로 상당히 뭐 선전할 것이다' 이런 얘기 하는 분들도 있어요." (최희준 앵커)
종편이 대담자의 입을 빌려서만 새누리당 편들기에 나선 것도 아니다. 12일 TV조선 <뉴스쇼 판>에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지지율을 두고, 기자와 앵커가 직접 나서 여권의 위기를 걱정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튿날인 13일 방송에서는 더 노골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배성규 기자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저희가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그러니까 일부 몇 명 사람들을 심층해서 인터뷰를 해보면 정부여당이 잘못했다고는 얘기하는데 그렇다고 지지를 철회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사람들이 침묵하고 가만히 있는데 앞으로 남아 있는 20일 동안 '이만하면 됐다, 이제 좀 정상으로 돌아가자' 이런 생각이 나오고 또 박 대통령 쪽에서 수습책이 나오면 목소리를 점점 높이면서 결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치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비정상'인 것처럼 여기는 태도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종편의 보도태도를 "노골적으로 자신들은 여당의 편임을 대놓고 말하는 형식"이라며, "여권이 이겨야 한다는 주장을 대놓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몽준의 눈물'에 열광하는 채널A와 TV조선
▲ 5월 12일자 채널A <쾌도난마> 화면 갈무리. | |
ⓒ 채널A |
한편 새누리당이 12일 서울시장 후보로 정몽준 의원을 확정하자, 채널A와 TV조선은 정 후보가 후보수락 연설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부각하고 나섰다. 12일 저녁부터 13일 오후까지 양사의 뉴스와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정몽준의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12일 채널A <쾌도난마> 진행자인 박종진 앵커는 정 후보의 눈물을 언급하며, "진심이 묻어나는 연설이다", "표가 올라가는 소리가 막 들린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채널A는 같은 날 <종합뉴스>에서도 기자를 통해 "눈물까지 흘리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마음고생을 참 많이 했구나'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TV조선에서도 12일 <일도양단>, 13일 <데스크 360>, <뉴스1>에서 정몽준의 눈물이 화제에 올랐다. 특히 <뉴스1> 윤슬기 앵커는 "눈물 흘린 남자 정몽준 후보의 '엉엉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눈물을 주먹으로 닦는 게 참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다.
정 후보의 눈물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은 윤 앵커는 박원순 시장이 유세차 동원 등이 없는 '조용한 선거'를 제안하자, 이를 "어떤 문제를 덮고 가자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양 후보를 대하는 엇갈린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홍보에 나선 방송... 담화에는 '예고편'까지 필요한가
▲ TV조선과 채널A가 방송을 통해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면, KBS와 MBC는 박근혜 대통령을 홍보하는 데 치중했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담화가 발표될 예정이라는 예고 기사가 별다른 내용도 없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 |
ⓒ 공정선거보도감시단 |
TV조선과 채널A가 방송을 통해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면, KBS와 MBC는 박근혜 대통령을 홍보하는 데 치중했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담화가 발표될 예정이라는 예고 기사가 별다른 내용도 없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예고 수준을 넘어서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안전 시스템 개혁' 담화>(KBS, 11일), <"많은 의견 수렴 대국민 담화">(MBC, 13일)처럼 이미 담화가 발표된 듯한 보도 제목도 등장했다.
KBS는 13일 <후속 대책 난상 토론 '시스템'에 초점>라는 보도를 통해서도 "오늘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은 채 2분이 안 됐습니다. 대신 3시간 동안 난상토론 형식으로 세월호 후속 대책이 논의됐습니다"라며, 대통령이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공정보도감시단은 "정작 담화가 발표된 것도 아니고 담화를 위한 논의 중인 상황을 이렇게까지 매일 예고편을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공정보도감시단 보고서는 이밖에도 '선거보도 사라진 공영방송 KBS'와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시장 발언에 대한 불공정한 인용'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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