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혼인신고까지 앱으로… 중국인 삶 서서히 지배하는 위챗의 위력

  •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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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8.27 03:05

    출시 5년 만에 8억명 사용자 잡은 '위챗' 성장 비결

    위챗으로 대박 난 텐센트 CEO 마화텅.
    ▲ 위챗으로 대박 난 텐센트 CEO 마화텅.
    지난 17일 중국 3대 인터넷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의 2분기 실적 발표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역대 최대 매출액·순이익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은 물론, 실적 발표 직후 시가총액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추월해 중국 최대 IT 기업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1998년 중국 개혁 개방 중심지인 선전에서 문을 연 후 PC 기반 메신저인 'QQ'로 명성을 키워온 회사다. 한국에서는 넷마블 등 주요 게임 회사에 투자한 회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텐센트가 중국 최대 IT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메신저 앱인 위챗(微信·WeChat)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해외에선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위챗 사용자는 출시 5년여 만에 8억명을 돌파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9명은 위챗을 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지금은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무료 문자 전송뿐만 아니라 택시 호출, 음식 배달, 공공 서비스, 음악, 병원 예약, 은행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위챗은 중국인들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경쟁자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메신저 앱 최강자인 와츠앱(10억명)과 페이스북 메신저(9억명)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얼마 전까지 위챗을 카피캣(모방 제품)으로 폄하했던 전 세계 IT 전문가들은 최근 위챗의 성공 비결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제 위챗의 장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위챗 사용자는 현재까지 대부분 중국인이지만 기능의 편리성은 이미 IT 선진국의 메신저 앱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앱 속의 앱'으로 스마트폰 경제권 구축

    위챗의 최대 강점은 택시·대리운전기사 호출, 영화관·미용실 예약, 배달 음식 주문 등 모바일로 이뤄지는 거의 모든 상거래를 다른 앱의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챗 안에 또 다른 앱을 연결해 검색에서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끊김 없이 가능하게 한 덕분이다.

    이미 위챗은 중국인의 생활 속을 구석구석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폰을 QR코드(Quick Response Code·바코드보다 많은 정보를 저장한 격자 무늬 코드)에 갖다대기만 하면 영화표를 1초 만에 살 수 있고, 순식간에 인터넷 쇼핑 결제도 가능하다. 노점상에서 불과 3위안(약 500원)짜리 전병을 사도 현금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면 된다. 심지어 지하철의 걸인조차 위챗으로 돈을 송금해달라며 행인들에게 스마트폰을 쓱 내밀곤 한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풍경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집중한 것이 위챗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승자 독식의 모바일 정글에서 한 가지 기능에만 집중하면 새로운 경쟁자에게 쉽게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챗은 사용자 수억 명을 확보하자 네트워크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재 중국의 많은 스타트업 기업은 앱을 출시하기에 앞서 위챗을 통해 테스트 버전을 출시한다. 위챗이 사용자 반응을 수집하는 가장 효과적 통로라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창업가 수만 명이 자발적으로 위챗의 영향력을 넓혀주고 있다.

    위챗의 기본 전략이 '모바일 퍼스트'라는 것도 페이스북·구글 등 기존 IT 강자들과 다른 점이다. 모바일 기기가 가진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竹의 장막 속에서 중원을 제패

    위챗은 2011년 출시 당시 메신저 업계에선 후발 주자였다. 이 무렵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Weibo)는 이미 사용자 수천만 명을 거느리고 있었고, 와츠앱·카카오톡·라인 등이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후발 주자인 위챗이 스마트폰 사용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죽(竹)의 장막'으로 불리는 중국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자국 인터넷에서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해외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했다. 2014년 7월에는 카카오톡·라인 등 주요 메신저 앱이 열흘 넘게 원인 모를 접속 장애를 겪었다.

    중국 정부가 해외 SNS 접속을 차단하자 중국인들은 위챗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위챗은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를 중국 정부가 실시간으로 감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덕분에 접속이 차단된 사례가 드물다.

    위챗은 또 사용자의 정보 교류보다 게임 등 연성(軟性) 콘텐츠에 집중했다. 위챗의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이용자는 월 3000위안(약 50만2000원)을 버는 20~30대 중산층 남성이다.

    거침없는 '파트너 쇼핑'

    중국 광둥성 IT 회사에 근무하는 추사오톄(邱紹鐵·31)씨는 이달 초 한국에 출장을 오면서 현금을 500위안(약 8만3000원)밖에 가져오지 않았다. 현금이 없어도 국내 면세점과 호텔에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추씨는 "한국에서도 중국처럼 결제가 가능해 쇼핑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챗이 지난해부터 역점을 두기 시작한 분야는 금융이다. 현금과 신용카드 대신 위챗으로 전 세계에서 결제가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위챗은 각국의 주요 금융회사를 파트너로 찾고 있다. 해외 결제는 돈의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현지 금융회사 도움 없이는 금융 결제 생태계 완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난해 알리바바 계열 알리페이가 KEB하나은행과 손잡고 중국 관광객의 지갑 속으로 파고들자, 위챗은 우리은행·하나카드 등과 제휴해 추격에 나섰다. 현재 중국 관광객은 국내에서 위챗으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 계열 점포에서 결제할 수 있다. 연말까지는 두산면세점 등으로 결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인들 사이에 지난해 15%에 불과했던 위챗의 모바일 결제 점유율은 올해 3월 말 30%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알리페이의 점유율은 70%에서 50%로 낮아졌다.

    위챗은 공공 분야에서도 결제 파트너 물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챗은 올해 4월 충칭시와 제휴해 병원 예약과 공공 요금 납부, 출생·혼인신고 등 각종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텐센트는 인수 합병과 지분 투자를 통한 기업 확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출자한 기업만 50여 곳에 달한다.
    위챗의 서비스 종류별 사용 비율 및 위챗 분기별 사용자수
    ▲ /그래픽=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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