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은밀하고 치졸한 중국 견제? 근거 있는 '음모론'!

[프레시안 books] 윌리엄 엥달의 <타깃 차이나>

이재봉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5.16 20: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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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1등이 2등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국제관계에서야 오죽하랴. 그러나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보면 차마 이 정도까지 할까 싶다. "미국이 도전 세력을 제압하는 8가지 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타깃 차이나>(F. 윌리엄 엥달 지음, 유마디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미국의 원로 전략경제학자 윌리엄 엥달(William Engdahl)이 2013년 쓴 책을 <조선일보> 유마디 기자가 옮겨 지난달 메디치미디어에서 출판한 이 번역서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첫째, 독일계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학에서 공부한 미국인 저자가 미국 지도자들의 입을 빌려 '음모'에 가까운 미국의 음흉한 대외정책을 폭로한 게 흥미롭다. 둘째, 중국의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에서 공부했다지만 극우 편향적인 <조선일보> 소속 기자가 '방일영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토록 '반미친중(反美親中)'적인 책을 번역한 게 의아하다. 셋째, 이 책의 원본이 중국에서 지난해 <目標中國>으로 번역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적어도 한 가지 궁금증은 풀고 싶었다. 10여 년 전부터 <조선일보>엔 글도 쓰지 않고 인터뷰에 응하지도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터에, 내가 그 신문사에 전화를 걸었다. 유 기자를 찾아 소속 회사 및 지원 재단의 성격과 전혀 다른 책을 번역 출판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과거엔 미국에서 공부한 선배 기자들이 친미적 기사를 많이 썼다면 요즘은 다른 배경을 가진 젊은 기자들이 그 신문의 색깔을 다양하게 바꾸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타깃 차이나>(F. 윌리엄 엥달 지음, 유마디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어

▲ <타깃 차이나>(F. 윌리엄 엥달 지음, 유마디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어

저자 엥달은 지난 4월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1997~98년 일어났던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배경부터 설명한다. 아시아 신흥 산업국들이 미국 달러 체제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미국이 이들의 경제를 죽이면서 미국의 영향권 안에 묶어두기 위해 헤지펀드와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외환위기를 일으켰는데 한국이 주된 목표였다는 것이다.

이번 목표는 중국이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 부채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2010년 중국이 달러 대신 유로화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회귀' 정책을 발표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이 경제 부흥에 필요한 석유 및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진출하자, 미국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를 설치해 이 지역을 본격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단다.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는 전쟁을 수행하거나 남수단공화국의 독립전쟁을 지원한 것은 중국의 석유 수입에 타격을 입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우리와 직접 관련된 대목도 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은 한국을 미국의 안보 울타리 안에 더욱 의존적으로 묶어두려는 속셈이라며,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전략폭격기로 북한에 대한 폭격공습 훈련을 실시하거나 스텔스전투기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김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기도 했다. "만약 북한이 없었다면 일본 근해에 미국 해군을 주둔시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 같은 존재'를 만들어냈을 것"이란 국무부와 중앙정보국 전직 고위 관리들의 실토는 섬뜩하다. 여기저기서 내가 다음과 같이 주장해온 내용에 미국 학자와 관리들이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라는 북한이 한국전쟁을 법적으로 종결짓자며 미국에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을 맺자고 줄기차게 요구해도,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전협정을 고수해야 한다는 역설적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주한미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주한미군을 유지해야 할 명분이나 정당성이 사라지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중국을 견제하는 데 구멍이 뚫리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휴전선 근처에서 서해 쪽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적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1950년부터 '겨우' 3년간 전쟁하고 1953년부터 '무려' 60년 이상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못하는 배경이다."


엥달은 서문에서 개구리를 삶아 죽이는 논리를 소개한다. 개구리를 찬물이 담긴 냄비에 넣고 천천히 열을 가하면 뛰쳐나오지 않고 몽롱해져 죽는다는 내용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장기적 전략을 '개구리 천천히 끓이기'에 빗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반발하지 않거나 못하도록 서서히 압박하며 고사시키는 '중국 죽이기 전략' 8가지를 폭로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첫째, 중국 화폐를 겨냥한 '통화 전쟁'이다. 미국은 위안화가 달러에 비해 의도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며 꾸준한 여론몰이를 통해 중국에 '환율 조작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붙였다. 이에 2008년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20% 정도 절상됐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투기성 공격으로부터 위안화를 보호하기 위해 다량의 달러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부채를 매입해야 한다. 중국이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미국 부채에 재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이야말로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학 교수의 표현대로 "중국이 미국 제국에 바치는 일종의 조공"이다.

ⓒtechnorat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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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중국의 해외 자원 정책을 겨냥한 '석유 전쟁'이다. 중국은 1994년 석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변하면서 안정적 석유 확보를 안보의 우선순위로 두게 되었다. 이에 1999년부터 아프리카 수단에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대규모로 투자했는데, 몇 년 후 다르푸르 유전지역에서 무장 첩보 세력들이 살인과 강간 등을 저지르는 이른바 미국의 '다르푸르 종족 학살 작전'이 시작되었다. 미국이 중국의 영향 아래 있는 유전지대에 나토(NATO)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실을 만든 것이었다. 

2011년 남부 수단에 '남수단공화국' 수립이 선포되었는데, 미국의 막후 지원에 의해 세워진 이 신생 국가 때문에 중국으로 향하던 수단 석유의 공급로가 끊어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밖에 2011년 서방국가들의 리비아 군사공격 및 튀니지와 이집트의 정권교체 등에도 미국의 아프리카사령부가 핵심 역할을 했다. 미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좁은 해협들을 군사적으로 장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그루지아(조지아), 미얀마 등에서 전개된 정권교체 작전도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중앙정보국(CIA)이 벌이는 프로젝트이며,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시위와 소요사태도 미국의 조종에 의한 것이다. 모두 석유, 천연가스, 광물 등의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셋째, "식량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며 벌이는 '식량 전쟁'이다. 미국이 패스트푸드나 유전자변형 유기체(GMO) 등을 통해 중국의 미래 식량을 통제하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당뇨가 거의 없던 나라에서 30년 만에 '세계적 당뇨대국'으로 불릴 정도로 변했다. 또한 중국은 콩 소비량의 60% 이상을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불임을 유발하는 100% GMO 대두다. 군사적 압력보다 더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이용한 '보건 전쟁'이다. 이는 중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매우 위협적 수단'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 인류를 통제하기 위한 무기이기도 하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의약품을 이용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통제하는 기술들을 수백 가지 일상 의약품에 은밀하게 적용함으로써, 1840년대 영국이 일으켰던 아편전쟁 때보다 더 심각하게 중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나 우생학 등을 이용한 세계 인구 감소 프로젝트에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록펠러 그룹 등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거나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를 앞세워 중국을 겨냥한 의약품 무기화 전략을 수행한다는 대목은 몹시 충격적이다.


다섯째,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중국을 위협하는 '군사 전쟁'이다. 이른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이 세계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킨다는 구실로 세계 도처에서 군사작전을 실시하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일본과 한반도에 미군을 계속 유지하며 동남아에도 미군 주둔을 확대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미얀마와 태국의 민주화 운동이나 권력 교체를 은밀하게 지원했으며, 인도와의 군사동맹도 추진했다. 남중국해에서 영해 문제로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을 편들기도 한다. 모두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여섯째,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경제 전쟁'이다. 미국은 과거 중국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는 중국에게 미국의 구미에 맞게 만들어진 규정들을 강요했다. 요즘은 한국도 참가하려고 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에 타격을 주면서 아시아 무역을 통제하려고 한다. 이 협정은 미국 무역대표부가 평가한대로 "미국의 가치를 우선순위에 둔 조약"으로 중국에게는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는 흉조와도 같은 정책"이다. 2009년부터 미국 및 일본과의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의 무역을 중국과 하고 있는 한국이 "미국의 지휘 아래 펼쳐지는 반 중국 무역 활동"에 참가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볼 대목이다.

일곱째, 쉐일가스(shale gas)와 농약 등을 이용하는 '환경 전쟁'이다. 2012년 현재 중국은 인민과 국가 자체의 존망을 위협하는 새로운 전쟁에 직면했는데 너무나 교묘하여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다. 중국 농산물과 토양을 오염시켜 식수와 식량 사슬 및 인체를 위협하는 화학물질을 퍼뜨리는 전략이다. 쉐일가스는 암석층(shale)에 함유된 천연 가스로, 중국에 많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미국이 개발했는데, 다양한 광물이 함유된 암석층에 독성으로 가득한 화학물질을 주입해 가스를 추출하는 방법이 문제다. 화학물질이 지하수에 스며들면 상수도가 오염되고, 시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져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쉐일가스를 추출하는 데는 환경 전쟁을 유발하려는 미국의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다.

여덟째,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앞세운 '미디어 전쟁' 또는 '문화 전쟁'이다. 미국에서 할리우드와 미디어는 국가 전략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활용되어 왔는데, 이러한 미국의 국가 전략과 문화 공세의 조합이 2012년부터 중국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 기반을 둔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은 중앙정보국의 비밀 자금을 받아 설립되었는데, 2010년 구글이 중국 본토를 떠나 홍콩으로 이전한 데는 미국이 최근 개발한 '가장 중요한 미디어 무기'를 중국이 거부한 측면이 있다.

▲ 2012년, 구글이 중국 사업 철수 가능성을 제기했을 당시 검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구글을 지지하는 의미로 구글 사무소 앞에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theepochtimes.com

▲ 2012년, 구글이 중국 사업 철수 가능성을 제기했을 당시 검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구글을 지지하는 의미로 구글 사무소 앞에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theepochtimes.com


엥달이 이렇듯 믿기 어려울 만큼 은밀하고 음흉한 미국의 전략을 폭로해놓고 중국이 승리할 수 있는 전략 몇 가지를 결론 삼아 책 뒷부분에 제안한 것은 수상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한국식으로 치면 국가보안법에 당장 걸려들 가장 심각한 이적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 <세계와 미국: 20세기의 반성과 21세기의 전망>(이삼성 지음, 한길사 펴냄). ⓒ한길사

▲ <세계와 미국: 20세기의 반성과 21세기의 전망>(이삼성 지음, 한길사 펴냄). ⓒ한길사

이와 아울러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국가로 간주하고 1990년대 중반부터 나라 안팎에서 '중국 위협론'을 확산시켜 왔는데, 그에 맞춰 나온 다음의 책도 도움이 될 것이다. Bill Gertz, The China Threat: How the People's Republic Targets America, Regnery Publishing, 2002. 미국의 '타깃 차이나'와 정반대로 중국의 '타깃 아메리카'를 내용으로 한 책이다. 영어책이 부담스럽다면 이삼성 한림대 교수가 2001년 한길사에서 펴낸 <세계와 미국: 20세기의 반성과 21세기의 전망>이 미국의 세계 전략을 공부하는 데 제격일 것이다.

참고로, 나는 지난 3월 옌쉐퉁(閻學通) 칭화대학 현대국제관계대학원장이 쓴 <2023년: 세계사 불변의 법칙>(고상희 옮김, 글항아리 펴냄)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중국이 2023년까지 미국의 경제력을 앞서고, 군사력과 문화력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뒤떨어지겠지만, 종합 국력에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되리라는 예측을 소개했다. 그 후 <조선일보> 4월 12일자엔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욕망도 능력도 없는 나라"로 "절대 미국을 못 이긴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이성훈 파리 주재 특파원이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자크 아탈리와 인터뷰한 내용이니 이 역시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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