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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빌딩 소유자들, 1조5000억 원 세금 혜택 누린다"

고장군 2020. 1. 24. 09:44

"고가 빌딩 소유자들, 1조5000억 원 세금 혜택 누린다"

경실련, 서울 1000억 원 이상으로 거래된 빌딩 102건 조사 내용 발표
2020.01.09 14:00:27
"고가 빌딩 소유자들, 1조5000억 원 세금 혜택 누린다"
서울의 대형 빌딩 공시지가가 시세의 37%에 불과해 정부 발표치와 큰 차이가 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특히 고가 빌딩을 소유한 대자본이 약 1조5000억 원의 세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주장하고 현재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최소 두 배가량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지가, 실거래가의 37% 그쳐 

이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1000억 원 이상으로 거래된 빌딩 102건을 조사한 결과, 총 거래가격은 29조3000억 원(건당 평균 2900억 원)이었으나 이들 빌딩의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은 13조7000억 원이었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46%에 그쳤다. 

특히 해당 거래 빌딩의 공시지가(땅값) 합계액은 9조7000억 원으로 토지 시세 25조3000억 원의 37%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66.5%라는 정부 발표치와 큰 차이가 난다.  

다만 경실련이 제공한 자료상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매년 시세반영 수준이 오르긴 했다. 2014년 29%였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지난해 44%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고가 빌딩을 소유한 부동산 대자본이나 재벌이 큰 세금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보유세 부과 기준이 땅값(공시지가)과 건물값(시가표준액)을 합산한 공시가격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보유세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조사한 102개 빌딩 전체의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 총액이 584억 원으로 실효세율은 0.21%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시세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경우에 대입하면 보유세는 1682억 원(실효세율 0.65%)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고 경실련은 강조했다. 

경실련은 "(저평가된 공시지가로 인한 부동산 대자본의) 보유세 특혜액은 1098억 원에 달하는 셈"이라며 "2005년 공시가격 도입 이후 15년간 누적된 세금 특혜액은 1조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경실련이 9일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정부 발표보다 크게 낮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왜 재벌에는 보유세 더 적게 매기나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빌딩 중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은 여의도파이낸스타워였다. 이 빌딩의 실거래가는 2322억 원이었으며, 건물시가표준액(284억 원)을 제외한 토지시세는 2038억 원이었다. 하지만 공시지가는 445억 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1.8%에 그쳤다.  

보유세 특혜액이 가장 큰 빌딩은 작년 가장 비싸게 거래된 서울 중구의 서울스퀘어 빌딩이었다. 이 빌딩의 실거래가는 9883억 원이었으나 공시가격은 4203억 원(공시지가 3965억 원, 시가표준액 658억 원)으로 시세반영률이 42.5%였다.  

이 빌딩의 토지시세 기준 보유세액 추정액은 64억 원이었으나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액은 24억 원에 그쳤다. 경실련은 40억 원의 차액을 세금 특혜로 지목했다. 

아울러 빌딩 보유세 특혜로 인한 낮은 세율 자체도 정부가 대자본에 제공하는 특혜라고 경실련은 비판했다. 아파트 등을 소유한 개인에게 부과되는 보유세 최고 세율은 2.7%인 반면, 법인에 부과되는 보유세율은 0.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고가 빌딩을 소유한 재벌이 "보유한 가치보다 훨씬 낮은 세금을 내고 몇 년 만에 수백억 원의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라며 "기업이 생산 활동은 뒷전에 두고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에 더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68%이지만, 빌딩 공시가격은 46%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40%대에 불과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당장 80% 수준으로 두 배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공시지가, 공시가격 조사 평가를 위해 투입하는 예산만 연간 1500억 원에 달하지만, 그 결과는 조작된 공시지가 탄생과 재벌 법인, 부동산 부자의 막대한 세금 특혜"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국토부, 1월 중 토론 응해라"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24일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65%며, 이를 앞으로 7년간 70%로 만든다는 게 핵심"이었다며 "7년간 겨우 5%포인트 올린다는 데다, 그 기준인 공시지가 시세반영률부터 현실과 크게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거짓말을 계속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기자회견을 개최한 배경을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재벌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비업무용 토지와 업무용 토지를 구분해, 비업무용 토지 보유자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련 정보를 현재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면 부동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은 국토부를 향해 이달 중 경실련과 공개 토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국토부가 공개토론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후 감감무소식"이라며 "1월이 가기 전에 국토부 장관이 나오든지, 책임 공무원이 나와 공개토론에 임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 땅값이 2000조 원 넘게 올랐다'는 경실련 발표 이후인 지난해 12월 4일 보도자료를 내 이를 정면 반박하고, 경실련을 향해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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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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