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정신세계(The Secret Life of Plant)





1966년 미국의 뉴욕. 백스터(Cleve Backster)는 학교 사무실에서 이상한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의 유명한 거짓말탐지기 검사전문가였고, 학교는 세계 각처에서 온 경찰관이나 보안담당자들에게 거짓말탐지기의 사용법을 교육시키는 곳이었다. 그는 어느 날 불현듯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여 식물의 반응을 살피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그는 우선 사무실에 있는 야자나무처럼 생긴, 백합과의 관목인, 줄무늬 드러시너(Dracaena massangenana)를 테스트하기로 마음 먹었다. 드러시너에 상처를 주면 "드래건 블러드(Dragon Blood)"라는 붉은색 진을 흘리기 때문에 "드래건 트리(Dragon tree)"라고 불리기도 한다.



드러시너 나무는 사무실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백스터가 나무에 검류계를 장치하고 물을 주자, 잔뜩 목말라 하던 나무는 순식간에 물을 빨아들였다. 검류계를 살피고있던 백스터는 기대했던 반응과는 다른 반응이 나타나자,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나무가 물을 잔뜩 빨아들여 전도율이 높아지면 저항이 낮아지리라고 생각 했었는데, 검류계상의 저항수치는 전혀 낮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검류계(galvanometer)란, 약한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사람에게 접촉 시켰을 때 그 사람의 심리상태나 감정에 따라 바늘이 움직이거나 종이위에 그래프로 도표를 그려내는 거짓말탐지기의 일부분이다. 이 측정기는 감정과 신체의 자극에 따라 오르내리는 인간 신체의 전위(電位)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용의자에게 세심하게 짜여진 질문들을 던진 후 검류계의 바늘이 움직이는 항목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 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백스터 같은 노련한 전문가는 그래프의 기록만 보고도 금방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다.



백스터를 놀라게 한 것은 이 나무가 흡사, 잠시동안 감정의 자극을 받은 사람이 나타내는 것과 흡사한 반응을 보였다. 식물이 감정을 나타낸 것이다. 그 후 10분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은 백스터의 인생에 일대 전기를 맞게 했다. 인간의 반응을 검류계상에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사람을 위협하는 일이다.



백스터는 이 식물에게도 그렇게 해 보기로 하고, 잎사귀 하나를 뜨거운 커피잔에 담가 보았다. 그러나 검류계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안았다. 백스터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 좀 더 가혹한 실험을 하기로 하였다. 즉, 전극을 연결시킨 잎사귀를 불 태우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러자 그가 불을 생각하면서, 성냥을 가져 오려는 순간, 바늘이 갑자기 움직였다. 그래프의 도표가 위로 급속히 올라가고 있지 않는가?



백스터는 깜짝 놀랐다. 백스터가 성냥을 찾아, 나무를 태우려 한 생각을 나무가 먼저 알고 반응한 것이다. 백스터가 그 방을 나와 성냥을 찾아 방으로 돌아왔을 때 도표에는 또 다른 급격한 감정의 변화로 보이는 기록이 그려져 있었다. 나무가 인간의 의도를 읽은 것이다. 잠시 후 그는 짐짓 거짓으로 잎사귀를 태우려는 시늉을 하였지만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의 결과는 삽시간에 세상에 알려지고, 그의 실험의 반응은 백스터효과라 불렸다. 그로 부터 백스터의 식물의 정신세계에 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백스터는 식물도 기억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기 위하여 "범인찾기"라는 새로운 실험을 구상하였다. 두 가지 식물을 방안에 넣어 놓고, 방안에 누군가 들어가서 두 식물중 한 그루를 무참히 짓밟아 죽인 후, 나머지 한 그루의 식물이 범인을 식별할 수 있는지를 실험 하고자 한 것이다.



백스터는 거짓말탐지기 강의 수강생 중 여섯명을 뽑았다. 그 중 몇 명은 베테랑 경찰관이었다. 여섯명 중 한명에게 쪽지가 전해지고. 쪽지에는 실내에 있는 두 식물 중 하나를 뿌리째 뽑아 짓밟고, 완전히 박살을 내서 죽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눈을 가리고 비밀리에 행한 실험인지라, 백스터와 범인 이외에는 누구도 이 실험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참극은 끝났다. 참혹하게 죽은 나무를 지켜본, 살아 있는 나무에는 탐지기가 연결되고, 수강생을 한 사람씩 나무의 앞을 지나가게 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참극을 목격한 나무가 범인을 정확하게 골라낸 것이다. 범인 아닌 사람이 접근 하였을 때는 아무런 반응도 없던 나무가, 목격한 나무의 곁으로 범인이 다가가자 그 식물에 연결된 탐지기의 바늘이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식물도 기억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백스터의 실험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이 내려졌다.



"모든 생명은 의식한다"



식물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예쁘다는 말을 들은 난초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고, 볼품없다는 말을 들은 장미는 자학끝에 시들어 버린다. 떡갈나무는 나무꾼이 다가오는 발자욱 소리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홍당무는 토끼가 다가오면 사색이 된다. 제비꽃은 바흐와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록 음악은 싫어한다. 장바구니 속의 야채들은 곧 요리될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며 비명을 지른다.



식물은 자신을 보살펴 주는 인간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일 뿐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읽어 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식물이 음악을 듣고, 농부의 발자욱 소리를 알아 듣는다는 얘기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백스터는 실험에서 식물의 정신세계를 입증 하였을 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식물의 감정이 상호 작용하는 교감상태 까지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지각(知覺)이란 세포의 단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분자나 원자 혹은 그보다 더 아랫단계의 것들 까지도 해당 되는듯하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이제까지 무생물이라고만 보아왔던 것에 대한 평가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의식의 기능이 있다. 물질의 의식을 부정하는 것은 인간의 독선 때문이다.







Peter Tompkins와 Christopher Bird 공저(황금용, 황정민역),

식물의 정신세계(The Secret Life of Plan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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