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심장 돌연사, 과도한 스트레스·흡연이 '도화선'

  •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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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8 08:00

급성 심정지 5명 중 1명 40代 이하 스트레스 등에 염증… 혈전 발생
가벼운 동맥경화도 혈관 막혀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 필수

젊은층 심장 돌연사, 과도한 스트레스·흡연이 '도화선'
젊은 나이의 심장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금연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유두호 기자
지난 10일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조진호(44) 감독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는 과거 국가대표 축구 선수로 활동할 정도로 건강했던 인물이다. 지인들은 평소 건강했던 그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료원 순환기내과 김석연 과장은 "아무런 증상 없이 건강해보이던 사람도 20~40대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돌연사할 수 있다"며 "조 감독 역시 운동 선수 출신이지만 동맥경화가 진행됐을 수 있고, 막중한 스트레스와 과로 등이 혈관에 염증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심장 돌연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심장에 이상이 생겨 한 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이다. 돌연사 전에는 급성 심정지가 생기는데,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급성 심정지 환자의 약 20%가 40대 이하였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심장 돌연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나이의 심장 돌연사는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급성 심근경색'이 주요 원인이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혈관이 좁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에게 생긴다. 동맥경화가 있으면 염증 같은 자극에 의해 죽상경화반(기름 찌꺼기가 뭉친 것)이 터지면서 갑자기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아버릴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동맥경화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젊은층도 심장 돌연사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대한심장학회 회장)는 "혈관이 20~30%만 막힌 가벼운 동맥경화 상태에서도 혈관이 큰 자극을 받으면 혈전이 생기며 혈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동맥경화를 심장 돌연사까지 이어지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이 '흡연'과 '스트레스'다. 김석연 과장은 "과도한 흡연은 죽상경화반에 염증을 일으켜 쉽게 터지게 한다"며 "실제 28세에 불과한 남성이 담배를 과도하게 피우다가 급성 심장마비가 생겨 서울의료원 응급실에 실려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흡연처럼 혈관 내 염증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카테콜아민 등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것이 문제다. 노태호 교수는 "심장 박동이 심해지면 평소보다 심장에 많은 혈액이 필요한데,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는 심장에 넉넉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 2시간 이내에 심근경색이 생길 확률이 그렇지 않은 때의 약 5배로 높다(유럽심장학회지, 2014년).

젊은층 심장 돌연사는 유전성 심장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는 국내 심장 돌연사 원인의 약 35%가 유전성 심장질환이라는 조사 결과를 최근 대한심장학회에서 발표했다. 유전적으로 심장 근육이 두껍거나 부정맥이 있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특히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돌연사는 대부분 40세 이전에 생긴다.

젊은층 심장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동맥경화 자체를 예방하는 게 우선이다. 평소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준 교수는 "젊은 나이라도 만성질환 검진에 소홀하면 안 된다"며 "젊다는 이유로 자만해 병 진단을 받고도 약을 먹지 않는 행위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는 최대한 줄여야 하고 금연은 필수다.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가족 중 50대 이전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으면 40세가 되기 전 심장 초음파나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

한편,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을 3배 이상으로 높인다. 급성 심정지 환자가 생기면 주변인은 먼저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10분이 지나면 심폐소생술을 해도 의식이 잘 돌아오지 않는다. 환자의 양 젖꼭지를 기준으로 중간 부위를 5㎝ 깊이로 분당 100~120회 압박하면 된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7/20171017018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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