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신장섭, 장성원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2월 / 123쪽 / 5,000원
▣ 저자 신장섭, 장성원 신장섭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매 일경제신문사 기자, 경제부 차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The Economics of the Latecomers : Catching-Up, Technology Transfer and Institutions』 등이, 공저로『Restructuring Korea Inc.』 등이 있다.
장성원은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 재 삼성경제연구소에 재직하며 산업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주요 연구 분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 이의 디바이스 산업과 IT 산업에 대한 사업구조, 신규사업 및 수요 예측 분석 등이다. 공저로 『디지 털 충격과 한국경제의 선택』, 『21세기 성장엔진을 찾아라』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그 중심에 삼성 반도체가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신기술, 신 제품 개발을 통해 메모리 시장을 심화시키고 다각화시키는 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 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선두질주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전자의 성과는 메모리 반도체업계에 서 여태껏 어떤 기업도 달성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책은 삼성전자가 현재 쓰고 있는 세계 메모리 반 도체의 새로운 역사를 경학에서 말하는 선발주자의 이점(first-mover advantages)이라는 관점에서 분 석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업은 기술적인 여건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들이 어떻게 선 발주자의 이점을 창조하고 유지해나가는가?하는 전략적 과제를 이해하는 데 좀더 깊이 있는 자료를 제공할뿐더러, 한국 기업이 걸어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모색도 될 것이다.
▣ 차례 1 메모리산업과 선발주자의 이점 01 선발주자 이점의 메커니즘 02 삼성전자의 선두질주 2 메모리 1등 신화의 전략 01 신속하고 과감한 대규모 투자 02 대량생산체제 구축과 신제품 개발의 속도전 03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공정혁신 04 기술 선택, 심화와 다각화 3 메모리 1등 신화의 조직 01 내부통제기제와 스피드 경 02 다각화된 조직과 시너지 03 개발과 생산의 긴한 통합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2 -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신장섭, 장성원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2월 / 123쪽 / 5,000원
1 메모리산업과 선발주자의 이점
선발주자 이점의 메커니즘 리버만과 몽고메리(Liebeman&Montgomery, 1988)는 선발주자의 이점을 기술적 리더십(technological leadership)과 자산의 선제 확보(preemption of assets), 구매자 전환비용(buyer switching cost)으로 나누 어서 설명했는데,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는 관련 인적 자산이나 설비, 원료들을 후발 경쟁사들도 충분 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 확보 효과가 크지 않고, 또 제품이 상당 부분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 에 구매자 전환비용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기술적 리더십이라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의 선두질주 반도체업계에서 나타나는 선발주자의 이점에 대해서는 인텔에 관한 사례 연구가 있는데, 이들이 강조 하는 것은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MPU)가 발휘하는 네트워크의 외부효과이다. MPU는 컴퓨터의 두 뇌기능을 하기 때문에 다른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될 때, 지배적인 MPU와 정합성 (compatability)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므로, 관련 업체들이 일단 인텔의 MPU에 맞춰 부품과 소프트웨 어를 개발하면, 다음 세대의 신제품이 나올 경우에도 인텔의 네트워크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고, 반대 로 인텔의 경쟁업체들은 기존의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상쇄할 정도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만 인 텔과 경쟁할 수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인텔과 비교할 때,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외부효과의 덕을 별로 보지 않고, 주로 기술 리더십에 의존해 선발주자 이점을 만들고 지켜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메모리산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삼성전 자가 선발주자로 나서기 이전까지는 선두 자리가 바뀌는 현상이 활발했던 반면, 삼성전자가 선발주자 로 나선 이후에는, 메모리산업의 기술적 특성인 선발주자의 이점이 더욱 강화되고 후발주자들은 자신 들의 단점들을 극복하기가 더 어려워져, 메모리산업의 역사가 정상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을 자연스러운 정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선발주자의 이점이 저절로 발현됐다기보다는 삼성 전자가 다양한 내부혁신을 통해 선발주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강화해나갔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 메모리 1등 신화의 전략
신속하고 과감한 대규모 투자 삼성전자는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이고 신속한 투자를 해나가면서 선두 자리로 뛰어 올랐고, 입지를 강화해나갔는데, 이와 관련된 중요 의사 결정의 한 예로 웨이퍼(wafer; 반도체 집적 회로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실리콘 단결정으로 된 원판 모양의 기판)의 세대교체에 따른 투자 -1990년대 초반 6인치 웨 이퍼에서 8인치 웨이퍼로 전환될 때와 1990년대 후반 8인치 웨이퍼에서 12인치 웨이퍼로 전환될 때, 위험을 무릅쓰고 먼저 투자에 나서서 경쟁업체들을 따돌림- 를 들 수 있다. 참고로 웨이퍼 크기를 늘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3 -
리면 반도체를 만들 때,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웨이퍼의 양을 줄여 웨이퍼 단위당 반도체 생산량을 늘 릴 수 있지만, 반도체업체들이 무작정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시장상황과 기술적 불확실성 때문 인데, 삼성전자가 8인치 웨이퍼 투자에 뛰어든 1990~1991년에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은 불황을 겪고 있어, 일본 업체들은 투자 규모를 줄이고 8인치 웨이퍼에 대한 신규 투자를 주저했다. 그러나 삼성전 자는 일본 업체들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8인치 웨이퍼 투자에 먼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1993년 6월 D램 업계 최초로 8인치 양산라인을 준공했다. 8인치 양산라인 준공으로 삼성전자는 1993 년에 메모리 부문에서 매출 1위로 뛰어올랐고, 그 후 다른 업체들과 생산력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었 다.
일단 차세대 웨이퍼 생산라인을 통한 대량생산에 성공하면 대폭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고, 신규 설비를 먼저 구매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측면 -장비업체들 또한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초기구매자에게는 설비를 값싸게 공급함- 도 있었는데, 삼성전자는 1990년대 말 8인치 웨이퍼에서 12인치 웨이퍼로 전환할 때도 이러한 성공을 반복했다.
차세대 웨이퍼 설비 투자와 연관되어 있는 현상으로서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조기 투자 경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반도체업계 평균적으로는 2003년에 투자가 저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만은 2003년에 투자 사이클의 고점에 도달할 정도로 투자를 급격히 늘렸고, 이렇게 조기 투자를 감행하면 서 제품수명주기의 초기 단계에 비싸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수익을 늘릴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경 쟁업체들보다 투자비용을 더 빨리 회수할 수 있었으며, 불황을 이겨나갈 수 있는 여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투자경쟁의 속도전에서 앞서 나간 데에는 선발주자의 이점이 작용했는데, 신제품을 만들면서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선행 투자에 더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이러한 이점은 특히 모바일 관련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한편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기 때문에 기술 개발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사실에 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대규모 투자를 한 후 신규 설비를 가동하면, 각종 기술적 과제들을 해결해 야 하고, 또 설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설비를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방안 을 연구하게 되는데, 이렇게 설비활용도를 높여야 하는 필요에 직면하면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더 늘리게 되었다. 이는 로젠버그(Rosenberg)가 지적했던 기술적 불균형(technical imbalances)을 통한 혁신의 가속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면에서 삼성전자의 선두질주 과정에는 설비 투자와 신 제품 개발 및 기술진보 간에 누적적 인과관계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대량생산체제 구축과 신제품 개발의 속도전 1992~1993년까지 삼성전자가 선발기업 추격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신속한 대량생산체제 구축 능 력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보충 설명하면 흔히 후발업체들은 선발업체들보다 차세대 반 도체 개발에 늦게 뛰어들기 때문에, 같은 세대 제품에서 선발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개발에서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차를 최대한 줄이는 데 노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대량생 산체제 구축 능력은 신비에 싸여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1990년대에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부문 에서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 때, 삼성전자보다 개발에서 앞선 업체들이 종종 있었지만, 상용제품을 먼 저 내놓는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항상 앞섰기 때문이다. 그 이유의 핵심은 개발과 생산과정의 통합 에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4 -
첫째, 삼성전자는 디자인에서부터 대량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엔지니어들이 함께 참여하도 록 해서 개발 부문과 생산 부문을 긴하게 통합했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개발과 생산 의 통합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이러한 개발과 생산 간 통합도를 다른 업체들보다 휠씬 크게 높다. 둘째, 삼성전자는 삼성식 TF(task force)라고 할 수 있는 독창적인 TF(TF를 그물망 식으로 운해서 설계와 제조공정이 함께 엮이도록 했음)를 운하여 기술적인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셋째, 삼성전자는 개발과 생산과정을 통합시켜 파일럿라인에서부터 수율(yields; 대량생 산 과정에서 결함 없는 완제품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를 얘기해주는 비율)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체제를 개발했다. 넷째, 삼성전자는 내부에 효과적인 지식공유체제를 만들어 나갔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신제품 개발 능력도 강화해나갔는데, 업계의 신제품 개발 속도전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업체들을 앞서 나갈 수 있게 한 요인으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공격적인 병행 개발도 빼 놓을 수 없다. 당시 업계에서는 흔히 2세대의 제품을 병행 개발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삼성전자는 3 세대 제품들을 동시에 개발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16메가 D램을 개발하고 이 제품을 양산 하기 이전에 64메가 D램 개발을 시작하고, 곧 이어 256메가 D램 개발에도 착수하는 방법인데, 이러한 공격적인 병행 개발은 삼성전자가 개발과 생산 간에 긴한 통합 체제를 갖추고 독특한 TF를 유지했 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공정혁신 메모리업체들은 대규모의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초기 생산 2~3년 내에 제품 가격이 급전직하(急轉直下)로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에, 제품 수명주기의 후반기에 생존하기 위해서 는 공정혁신을 통해 생산비용을 빠른 시일 내에 줄여야 한다. 삼성전자는 선발 추격 기간에도 여러 가지 공정혁신을 도입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높고, 선발주자로 올라선 뒤에는 더 많은 공정혁신을 도 입해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가장 가격경쟁력 있는 메모리업체로서의 위치를 확보해나갔다. 이를 두 가지 관점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차세대 기술 적용을 통한 칩 크기 축소와 생산비용 절감인데, 생산비용을 떨어뜨리는 데에 가장 중요한 삼성전자의 혁신 가운데 하나는 기술의 세대 간 적용이다. 보충 설명하면 1990년대 초까지 반 도체업계에서는 회로집적도와 회로선폭(design rule) 간에 엄격한 일 대 일 대응이 유지되었는데, 삼성 전자는 1990년대 초부터 이러한 회로집적도와 회로선폭 간의 일 대 일 상관관계를 깨면서 칩 크기를 혁신적으로 줄여 나갔다. 이는 반도체업계에서 흔히 쉬링킹(shrinking)으로 얘기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처음에 0.35um의 회로선폭에 해당하는 디자인 룰로 개발한 64메가 D램에 차세대 회로선폭 기술이 개 발되면서, 단계적으로 0.26um(256메가 D램 기술), 0.18um(1기가 D램 기술), 0.13um(4기가 D램 기술)에 해당하는 디자인 룰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차세대 회로선폭 기술을 적용하면, 상당히 많은 비 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반도체의 성능도 향상되고 안정성도 높아진다. 아울러 모바일 전자장치에 메모리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둘째, 삼성전자는 생산라인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혁신을 도입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선발 주자의 위치를 지켜나갔는데, 예를 들어 구(舊) 생산라인에서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도입했고, 또 한 생산라인에서 차세대 제품까지 양산할 수 있도록 설계해서 생산라인의 활용도를 높다.
앞에서 언급한 차세대 회로선폭 기술의 활용이나 생산라인 복합 활용도 증대 등 다양한 공정혁신을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5 -
통한 생산비용 절감은 삼성전자의 경쟁우위 확보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다른 업체들이 가 격 하락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흑자를 누리게 했고, 또 경쟁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도 록 하기 위해 판매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힘도 생기게 했다.
기술 선택, 심화와 다각화 잠재력 있는 복수의 신기술들이 경합할 때 어느 기술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을 할 것인가에 따라 경쟁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하는데,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술선택, 제품의 심화와 다각화 경쟁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메모리업계의 선발주자로 질주해나갔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기술 선택 측면에서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선발 추격 기간에 내렸던 중요한 기술적 선택 가운데 하나는 반도체의 셀(cell/capacitor)구조를 만드는 데 트렌치(trench)와 스택(stack) 방식 -트렌치 방식은 웨이퍼 표면을 파내어 지하층을 만들어 셀을 더 많이 집적시키는 것이고, 스택 방식은 웨이퍼 표면에 새로운 층을 쌓아서 셀을 더 집어넣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 트 렌치 방식으로 지하층을 파는 것이 다소 안전하기는 하지만 대신 지하로 들어가면 회로가 보이지 않 아 공정이 까다롭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고, 반면 스택 방식은 작업하기가 다소 쉽고 경제적 이지만 품질이 불안정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 선택의 불확실성 앞에서 삼성전자는 일단 연구팀을 둘로 나누어 두 가지 기술을 동시에 추구해나가다가 결국은 스택 방식을 채택했는데, 스택 방식은 품질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술적으로 해 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길게 봤을 때 잠재력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러한 판단에는 트렌치 방식을 사용하면 일단 칩을 개발한 뒤 칩 크기를 줄이는 것(shrinking)이 쉽지 않다는 정보가 크게 작용했다고 하는데, 삼성전자가 스택 방식을 채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결 정이 현명했다는 것이 곧 증명되었다.
다음 D램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심화 과정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을 앞장서서 개발했을 뿐 아니라, 같은 세대 제품 가운데서도 보다 고성능의 D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는데, 1990년대 출시 된 거의 모든 고성능 D램 신제품들을 삼성전자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또 DDR(double data rate) 방식의 D램 개발도 선도했다. 삼성전자가 고부가 D램 제품 개발을 통해 경 쟁기업과 기술격차를 벌려나갈 때, 과거에 없던 새로운 선발주자 이점이 출현했던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D램 산업에서 기술표준의 수가 대폭적으로 늘어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술표준이 많아질수록 선발주자에게 유리해지는데, 왜냐하면 선발주자들은 기술 리더로 기술표준 설 정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표준을 주도하게 되면, 뒤따라오는 업체들보다 시스템을 만드는 데 먼저 대응할 수 있게 되는데, 삼성전자는 기술표준의 증가에 따르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각 종 기술표준 제정 관련 국제기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관련 제품으로의 다각화를 살펴보면, 1990년대 초에 일본 업체들은 메모리산업의 1차 상품 함정 -D램 관련 기술이 성숙해지면서 D램이 천연자원이나 곡물처럼 일상적인 상품이 될 수 있고, 1차 상품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급격한 가격 파동에 노출되는 것을 말함- 에 대한 우려 때문에, 비메모리 제품으로의 다각화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으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내에서의 다각화에 초 점을 맞추었다. 즉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핵심역량에 바탕을 둔 점진적 다각화는데, 삼성전자의 메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6 -
모리 내 다각화는 거의 모바일 관련 제품에 집중되었다.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내 다각 화를 선도한 품목이었는데, 플래시메모리의 유지 능력 또는 비휘발성(non-volatility) -데이터 처리 속도 는 다소 떨어지지만, 전원이 끊기더라도 저장된 내용을 간직하는 장점이 있음- 은 배터리 전원으로 동작하는 모바일 기기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특성이었고, 또 모바일 기기를 소형화하는 데도 꼭 필요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플래시메모리 가운데서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노어(NOR)형보다 새로이 개발 되고 있는 낸드(NAND)형에 집중 -기술적인 면에서 볼 때 낸드형 메모리가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 했는데, 삼성전자의 기술 선택은 또다시 성공했고, 2003년에 세계 플래시메모 리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에 있어서 D램을 대체하는 새로운 주력 품목이라 는 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2006년에 플래시메모리 매출액이 D램 매출액을 앞지를 것 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토털 솔루션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목표 아래 플래시메모리뿐만 아니라, 다른 모 바일 관련 반도체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복합 메모리칩(fusion memories) 개발과 멀티 칩 패키징(MCP : multi-chip packaging)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소형화가 핵심적인 과제인 모바일 시스템 업체들의 수요에 발맞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 중 메모리와 로직을 결합시 킨 MML(merged memory with logic) 시장을 선도했다. 삼성전자의 MML 시장 진출은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되어 있다. 삼성전자 가 모바일 관련 메모리 제품에서 앞서 나간 데에는 그동안 D램에서 쌓아놓은 경쟁력이 큰 기반이 되 었고, 여기에 삼성전자가 제품이 가장 다각화되어 있는 종합 전자 업체라는 사실도 모바일 분야 경쟁 력을 확보하는 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3 메모리 1등 신화의 조직
선두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전략도 그 전략이 집행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 다. 삼성전자의 1등 신화도 전략의 성공일 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공이라 할 수 있는데, 다음의 3가지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내부통제기제와 스피드 경 삼성전자라는 조직에서 첫 번째 특징은 강력한 오너경 체제라는 사실인데, 오너들의 선구적이면서 적극적인 의사 결정이 사업 시작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반도체사업부는 투자가 많이 소요되고 적자가 계속되어, 돈을 많이 버는 그룹 사에 붙다, 떼었다 하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게 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성공을 이끈 주요 기술 선택이나 투자 결정에 있어서도 오너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앞에서 대량생산과 신제품 개발의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이 아 직 많이 남아 있을 때 빨리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오너경자는 본인이 위험 부담을 떠안을 의사 만 있으면 빨리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삼성이 성공신화를 지속할 수 있었던 데는 오너경 체제와 전문경의 이상적인 결합 -이건 희 회장은 일상적인 경의 대부분을 전문경인에게 맡기고, 본인은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에만 관여- 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는데, 덧붙이면 삼성그룹의 성공은 오너 - 비서실(구조본) - 자율경 체제로 이어지는 내부통제기제(internal governance mechanism)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삼성 반도체 세계 일등 비결의 해부- 7 -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 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다각화된 조직과 시너지 1986년까지 반도체 부문의 누적적자는 2,000억에 달했다. 삼성전자나 구 삼성반도체통신이 개별 회사 다면 이러한 규모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 처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부문은 삼성 그룹의 전략적 관심과 전계열사의 재정적, 기술적, 경적 지원을 받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 다. 그 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등극하고, 반도체사업부가 회사와 그룹 전체의 이익 창출 센터가 되면서, 반도체사업부가 다른 사업부나 계열사에게 기술과 조직 능력, 재원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는데, 반도체사업이 모바일 관련 제품으로 다각화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너지 (synergy)가 삼성전자의 다각화된 사업구조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통신 장비와 단말기를 생산하는 정보통신 사업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단말 기 시장 확대의 잠재력을 다른 반도체업체들보다 더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단말기 생산에 필요한 기술정보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미디어 사업부의 PDA, MP3 플레이어 개발 및 생산과 모바일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이 서로 접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다각화되어 있는 사업구조 덕분에 정확한 시장예측 능력이라는 또 다른 시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개발과 생산의 긴한 통합 삼성전자가 개발과 생산의 속도전이나 비용 절감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발과 생 산 간에 통합도를 크게 높이는 새로운 방안들을 적극 개발하고 적용했던 데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는 데, 삼성식 TF를 만들어 개발 및 생산에 따르는 기술적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했 던 것이나,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부문의 엔지니어들이 다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나, 차세 대 공정기술을 현세대 제품에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칩 크기를 줄이고 품질을 개선해나갔던 것 등은 모두 개발과 생산 간의 통합도를 높일 수 있는 조직혁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러한 개 발과 생산의 통합은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활용되었다.
에필로그
삼성전자가 선발 추격 기간에 확보했고, 선발주자가 된 후에도 강화해나간 역량과 관련된 선발주자의 이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삼성전자는 공격적이고 시의 적절한 투자를 결정하고 이를 장기 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둘째, 신제품 개발 능력을 강화했다. 즉 D램뿐만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 등 관련 메모리 제품 개발을 선도했다. 셋째, 차세대 제품 설계 및 공정기술을 현세대 제품에 적용해서 칩 크기를 축소해 생산단가를 떨어뜨리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량을 더욱 숙련시켜 나갔다. 넷째, 신속하게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능력을 더욱 강화했다. 다섯째, 개발과 생산 간의 긴한 통 합을 통해 포괄적 병행 개발 체제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나갔다. 여섯째, 다양한 고객층으로부터 파 생되는 정보와 경험의 축적으로 인해 시장 추세를 읽는 능력이 더 향상됐

+ Recent posts